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양현종. 사진=KIA 제공 KIA 타이거즈 양현종(34)이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리 투수(6이닝 2실점)가 되며 개인 통산 151승을 거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선수 시절 세웠던 타이거즈 소속 투수 최다승(150승)을 넘어섰다. 양현종은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새 역사인 것 같아 뿌듯하다.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2007년 9월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KBO리그 첫 승을 거둔 양현종은 2019년 풀타임 선발을 맡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2승)를 기록했다. 이듬해 16승을 거두며 선발진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2014년부터는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2017년엔 20승을 올려 1999년 정민태 이후 18년 만에 이 기록을 해낸 국내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양현종은 2021년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섰다가 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잠시 멈췄던 대기록 행진도 이어졌다. 양현종은 지난달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역대 최연소(만 34세 1개월 13일)이자 7번째로 통산 2000이닝을 돌파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1일 삼성전에서는 삼진 4개를 추가하며, 이강철 감독이 갖고 있던 종전 타이거즈 소속 투수 최다 탈삼진(1702개)을 갈아치웠다. 18일 롯데전에서는 역대 4번째이자 최연소(34세 2개월 18일)로 150승 고지를 밟았다.
양현종이 가장 욕심내는 기록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이다. 이 기록도 이강철 감독(1989~1998년)이 갖고 있다. 양현종은 "앞으로 또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욕심난다. (기록을 보유한) 이강철 감독님도 '네가 그 기록을 경신하라'고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25일 삼성전 승리로 올 시즌 4승째를 거뒀다. 4월에는 9이닝당 득점 지원을 1.60점밖에 받지 못해 1승에 그쳤다. 그러나 KIA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진 5월에는 9이닝당 4.60점을 지원받으며 3승을 더 올렸다. 양현종은 올 시즌 등판한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1, 피안타율 0.212, 이닝당 출루허용률 0.95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타선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시즌 10승을 채우며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전망이다.
그동안 이강철 감독의 '10년 연속' 기록에 도전한 투수는 정민철·장원준·유희관(이상 8년 연속 달성) 3명이다. 이들 모두 부상과 기량 저하로 9년 연속 10승 달성엔 실패했다.
양현종도 내년에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이다.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신체 능력 저하)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KIA도 지난해 12월 양현종과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서 보장액(계약금 30억원·연봉 25억원)과 옵션(48억원)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는 '안전장치'를 두기도 했다.
양현종이 이강철 감독의 기록에 욕심을 내는 건 계약 기간(2022~2025년) 동안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기간 모두 10승 이상 거두며 11연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다면 진정한 레전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