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당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리는 반색하며 기자를 반겼다. “이번이 첫 타임이라 더 설렌다”는 눈빛에선 두근거리는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2019년 방송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이후 약 2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 ‘그린마더스클럽’의 시작도 김규리에겐 참 설렜다.
“작년 이맘때쯤 제가 첫 개인전을 열고 있었거든요. 한 달 여 동안 개인전을 하면서 제가 직접 도슨트를 다 했어요. 코로나19가 심할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진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그런데 어떤 여자 두 분이 안 돌아가시는 거예요. ‘저희가 문을 닫을 때가 돼서요’라고 말을 거니 ‘저 사실은 드라마 감독이에요’라고 하시더군요.” 김규리가 ‘그린마더스클럽’에서 맡은 캐릭터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진하와 반전의 키를 쥐고 있었던 레아. 김규리는 “캐릭터가 매력있는데다 1인 2역이라 더욱 마음이 갔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레아의 경우 끝까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규리가 레아로 등장했을 땐 시청자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하와 레아는 극에 긴장감을 주고 이슈를 몰고 오는 캐릭터였어요. 제가 해보지 않았던 결이라 더 잘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하와 레아의 결을 다르게 가지고 가는 것도 숙제였다. 1인 2역인 만큼 시청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했을 터다.
“다행히 원했던 표현들은 다 해냈던 것 같아요. 진하 같은 경우에는 고급스러운 인물로 만들고자 했어요.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사람이어요. 또 내면에는 불안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게 나중에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레아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짧은 머리를 했죠. 현장에서도 최소한의 스태프들만 알고 있었고, 다른 배우들조차 제가 레아로 나오는 걸 몰랐어요.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상반기 전시를 세 번 열고 ‘그린마더스클럽’까지 출연하며 김규리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너무 급하게 달려왔기 때문에 템포가 늦춰지자 불안하다”는 김규리는 “곧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독특했던 ‘그린마더스클럽’과 첫 만남을 시작으로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던 김규리.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인생을 즐기라”는 말이 돌아왔다. 어차피 인생은 뜻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므로.
“오늘들이 쌓여서 내 인생이 되는 거잖아요. 내일, 모레, 몇 년 후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지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죠.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어요. 몸도 건강하려면 여러 가지 맛을 골고루 느껴야 하는 것처럼요. 쉴 때도 재미있게 쉬시고 일도 보람차게 하시면서 인생을 단단하게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