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5월 31일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32)를 방출하고 지난 1일 오른손 투수 라미레즈와 계약을 발표했다. 이어 2일에는 닉 킹험(31)까지 방출하며 외국인 투수를 완전히 물갈이했다.
새 얼굴인 라미레즈는 돋보이는 장점이 많지 않다. 평균 시속 149.7㎞ 강속구가 있지만,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도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평균자책점이 5.02에 달했다. 올해 평균자책점은 3.76으로 내려왔다. 제구도 불안하다.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이 9.1개에 이르지만, 9이닝당 볼넷도 4.1개에 달했다. 9이닝당 피홈런이 마이너리그 통산 0.9개, 지난 2년간 평균 1.1개로 많은 편이다.
대신 이닝 소화 능력이 나쁘지 않다. 마이너리그 통산 선발 등판이 132번에 달한다.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25경기(113이닝) 출전 중 22경기가 선발 등판이었다. 올 시즌 역시 8경기 중 7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지난 5월 13일(한국시간)에는 9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완봉승도 기록했다. 6이닝 소화는 완봉 경기 한 번뿐이었지만, 5이닝 이상 투구를 4회 기록했다(지난 시즌에는 25경기 중 13회). 불안요소인 제구력도 올 시즌으로 한정한다면 개선됐다. 9이닝당 탈삼진이 6.6개로 떨어졌지만, 대신 9이닝당 볼넷도 절반 수준인 2.4개로 줄어들었다. 피홈런 수치는 비슷하지만, 볼넷이 줄어 실점도 감소했다.
라미레즈가 이닝 이터로 활약한다면 한화로서는 천군만마다. 올해 한화 선발진은 245이닝(리그 10위·6일 기준)만 버텼다. 김민우만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뒤늦게 안정세를 찾고 있을 뿐이다. 다른 투수들은 5이닝 소화조차 버겁다.
상위권 팀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 SSG 랜더스의 원투 펀치 윌머 폰트와 김광현은 올 시즌 QS 19회를 합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과 알버트 수아레즈가 18회,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가 17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선발 왕국'을 앞세워 우승한 KT 위즈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의 QS는 총 24회에 달한다.
반면 한화는 김민우와 윤대경이 QS 8회를 합작했을 뿐이다. 퇴출당한 킹험까지 합쳐도 10회에 불과하다. 팀 전체를 합쳐야 홀로 10회를 채운 폰트나 뷰캐넌에 비교될 수준이다.
한화 선발이 무너지자 불펜진도 흔들렸다. 마무리 전환에 성공한 장시환과 돌아온 셋업맨 강재민 등이 있지만, 두께가 여전히 얇다. 이닝 과부하(불펜 238이닝·1위) 탓에 불펜 평균자책점 4.54(10위)에 이르렀다. 이는 마운드 전체의 문제를 푸는 열쇠는 선발 투수에게 있다는 뜻이다. 라미레즈가 긴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꼬여있던 한화 마운드도 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