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소통 창구로 주목받던 음성 기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열기가 최근 급격히 식었다. 일상 전환이 가속하면서 야외활동이 늘자 찾는 손길이 뚝 끊긴 것이다. 이에 담당 조직과 서비스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9일 미 경제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클럽하우스는 이달 초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일부 직원은 회사가 집중적으로 키웠던 스포츠·뉴스 등 일부 영역을 개편하자 스스로 퇴사했다.
이와 관련해 클럽하우스는 구조 조정 과정에서 역할이 없어진 직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다고 밝혔다. 개발·디자인 분야 채용은 꾸준히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클럽하우스 콘텐트를 자신의 SNS에 활발히 홍보하던 뉴스 파트너십 담당 니나 그레고리는 지난 2일 트위터에서 퇴사 소식을 알렸다. 그는 "클럽하우스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뉴스·소셜 오디오 실험은 즐거웠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스포츠·국제·브랜드 개발 파트 책임자들도 회사와 이별했다. 전략 변화로 인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지만, 이용률 감소에 따른 충격 완화 조치라는 추측이 나온다.
2020년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싸 앱'으로 입소문을 탄 클럽하우스는 한때 기업 가치가 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고 기존 초대장 가입 시스템을 폐지하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클럽하우스는 초반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소통하고 싶은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해서다. 양대 앱마켓 다운로드 수 1위를 찍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음성 기반 SNS는 전화나 라디오처럼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실내활동이 줄면서 이용자도 빠지기 시작했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통계에서 클럽하우스의 월간 iOS 다운로드 수는 2021년 2월 960만회로 정점에 도달한 뒤 5월 71만9000회로 급감했다.
음성 SNS 시장의 하락세를 나타내는 지표는 또 있다. 클럽하우스를 개발한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비상장 회사라 몸값을 확인할 수 없지만, 음성 기술을 제공한 스타트업 아고라의 주가는 1년 새 82%가량 떨어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클럽하우스에 악재로 작용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아마존까지 유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가 국내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음'도 고배를 마셨다. 베타 테스트 10개월 만인 올해 4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카카오는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현재 서비스에 신규 기능 추가보다는 카카오톡의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트렌드를 접목해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작년 하반기 영향력 있는 인사를 잇달아 섭외하며 이용자 확대를 노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등이 실시간 방송에 나섰다. 이런 노력에도 만족스러운 수치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후 '보이스룸'으로 명칭을 바뀐 음성 대화 기능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녹아들었다. 오타와 같은 텍스트 기반 대화의 단점을 보완했다.
보이스룸은 그룹 오픈채팅방에서 방장과 부방장이 개설할 수 있다. 최대 1500명까지 참여 가능하다. 진행자와 발언자는 최대 10명까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도 카카오톡에서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지속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