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업 규모가 큰 대규모 정비 사업에 몰두했지만, 최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연구 조직 ‘리모델링 랩(Lab)’을 신설했다고 최근 밝혔다. GS건설은 앞으로 이 랩을 통해 리모델링과 관련한 선제적인 기술∙공법 검토와 연구 및 성능 검증을 진행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GS건설은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리모델링 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후 대치 현대, 밤섬 현대, 신도림 우성1·2차 등을 수주하며 리모델링 사업 수주액 1조원을 넘겼다. 지난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용산구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중 리모델링 연구 조직을 갖춘 곳은 우리가 최초다"며 "국내 리모델링 사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만의 일은 아니다. 10대 건설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속속 갖추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2월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했고, 삼성물산도 지난 6월 주택본부 산하에 리모델링 사업소를 신설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비는 적지만, 들어가는 품과 기술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난이도가 더 높다. 대형 건설사가 꺼려왔던 분야였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곳은 총 124개 단지로 전년 동월(72개 단지) 대비 72% 증가했다. 올해 리모델링협회에 등록한 단지만 20곳에 달한다. 추진위원회 등 사업은 준비 중인 단지까지 추산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은 이유는 사업추진 속도 때문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이 지나야 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시행할 수 있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등급이 D등급 이하가 요구되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리버힐삼성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성은 물론 속도, 설계 면에서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리모델링만으로도 한강 뷰 조망을 살릴 수 있는 특화 설계와 스카이브릿지 등을 갖출 수 있다. GS건설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설명회에 참석해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은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성이 확보된 조합을 잡고, 시공 기술과 설계기법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