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칠레-파라과이로 이어진 남미팀 3연전. 손흥민(30·토트넘)은 연속 프리킥 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서 연속 프리킥 골을 넣었다.
아크 앞 ‘손흥민 존’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순간마다 어김없이 골이 터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A매치 2경기 연속 프리킥 골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최초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겼다. 이번 남미를 상대한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최고 장점인 ‘침투 연계 플레이’에서 나온 골은 단 한 골도 없었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허물어뜨린다. 특히 뒷공간에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한 번의 패스가 전달되는 것으로 천금 같은 골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원정 경기에서 터진 한국의 선제골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란의 수비라인이 올라가자 미드필드에 있던 이재성(마인츠)이 뒷공간을 파고드는 손흥민을 향해 패스를 찔러줬고, 손흥민이 이를 빠르게 몰고 가서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아시아팀보다 기량이 좋은 남미팀들을 상대하자 이런 장면이 사라졌다.
먼저 상대 팀의 압박과 집중수비 양상이 달랐다. 브라질 같은 월드클래스 팀은 손흥민을 매우 효과적으로 수비했다. 남미 예선에서 탈락,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하는 칠레와 파라과이도 압박 수준이 아시아 팀과 달랐다.
한국 미드필드진은 상대 압박을 벗겨내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 축구도 중원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미드필더들이 효과적으로 전진 패스를 뿌려주지 못하고 고립되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중원의 선수들이 제 플레이를 못 하면서 손흥민의 플레이도 살아나지 못했다. 이번 남미 평가전 내내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나오는 전환 패스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 중원의 키 역할을 했던 이재성이 6월 A매치 평가전 기간에는 부상 때문에 소집되지 않았다. 정우영(알사드) 역시 부상으로 중도 탈락했는데, 정우영은 패스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대 수비에 더 집중했다.
황인범(서울)과 백승호(전북) 등은 이러한 전환 패스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역할에서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손흥민은 구멍 난 중원 탓에 미드필드까지 내려가서 수비에 가담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의 주특기인 침투 역습 장면이 인상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상대 역습에 번번이 당해 2-2로 비겼다. 그는 “상대가 역습하지 못하게 막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의 공격을 마무리하고 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파라과이전에서 한국의 공격이 미드필드에서부터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자원인 손흥민을 월드컵 본선에서 프리키커로만 활용할 순 없다. 미드필드 운용은 벤투 감독에게 여전히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