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시간) 수술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즌 아웃 수순을 밟게 된 류현진. 게티이미지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목표는 확실했다. 취약점이던 선발 투수 보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해 토론토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5.25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 중 22위. 팀 내 최다승 투수가 6승에 불과했다.
토론토는 12월 19일(한국시간) 태너 로어크와 2년, 총액 2400만 달러(310억원)에 계약했다. 로어크는 통산 74승을 기록 중인 오른손 투수로 3~5선발 후보였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계속 물색한 토론토는 27일 류현진을 4년, 총액 8000만 달러(1033억원)에 영입했다. 총액 8000만 달러는 2006년 12월 외야수 버논 웰스(7년, 총액 1억2600만 달러·1627억원) 2014년 11월 포수 러셀 마틴(5년, 총액 8200만 달러·1059억원)에 이은 총액 기준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계약이자 투수 최고액이었다. LA 다저스에서 보여준 꾸준함에 매료돼 거액을 투자했다. 류현진은 "토론토는 2019시즌이 끝난 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를 첫 번째로 생각했다. 그래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토론토는 류현진 영입 이후에도 지갑을 계속 열었다. FA로 MLB에 도전한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과 2년 계약(총액 635만 달러·82억원)을 했다. FA 투수 3명에게만 총액 1억1035만 달러(1425억원)를 투자한 셈이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체이스 앤더슨까지 포함하면 선발 자원만 최소 넷을 충원했다. 미국 CBS 스포츠는 "토론토는 투수 영입에 겨울을 보냈다. 류현진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큰 동력을 낼 수 있는 선수"라며 "앤더슨과 로어크도 충분히 훌륭한 영입"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진과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 동기지만 2021년 5월 방출된 태너 로어크. 게티이미지 투자 효과는 미미했다. 로어크는 2021년 5월 방출됐다. 2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토론토에서 거둔 성적은 2승 4패 평균자책점 6.75. 야마구치도 악몽 같은 2020년(2승 4패 평균자책점 8.06)을 보낸 뒤 이듬해 2월 방출됐다. 부진을 거듭한 앤더슨마저 2020시즌 뒤 FA로 이적했다. 토론토의 유일한 위안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단축 시즌(팀당 162경기→60경기)으로 진행된 2020년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류현진 영입 효과도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 14승을 달성했지만, 평균자책점이 4.37로 높았다. 올 시즌에는 부진에 부상까지 겹쳐 2승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자명단(IL)에 두 번 올랐고 15일에는 시즌 아웃 소식까지 전해졌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구단은 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 앞으로 그의 수술과 재활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2019년 5.1이 개인 최고다. WAR은 '대체 가능한 선수'에 비해 한 시즌에 몇 승을 팀에 추가해 줄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 토론토 이적 첫 시즌인 2020년 2.9에 이어 지난해 1.8까지 떨어졌고 올 시즌에는 -0.2였다.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 내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의 3년 동안 21승을 기록했다. 2023년까지 계약된 토론토로선 1승에 수억 원을 사용할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