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꿈꾼다면, 우리가 함께 동행한다면, 발달장애인도 사회 속 존재가 될 수 있다. 민간과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가 손잡고 일구어낸 기적의 농장, 특별한 직원들이 일상의 기쁨을 수확한다.
내일(17일) 오후 10시 50분 KBS1 '다큐 온'은 '꿈꾸는 농장' 편으로 꾸려진다. 사회적 관계 형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사회 진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해 다룬다.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겐 자신들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남을 아이가 어떻게 살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아픔이다. 이 아이들이 누군가의 돌봄 없이 살아가려면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해 문을 연 푸르메여주팜은 그 희망의 징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월 25일은 푸르메여주팜 직원 모두가 기쁜 날이다. 바로 월급날인 것. 월급명세서를 받은 김동휘(35세) 씨는 가족들에게 한턱 쏠 거라며 좋아한다. 임의혁(26세) 씨의 월급날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을 하는 날이고, 이덕희(34세) 씨는 자신을 위해 플렉스 하는 날로 부모님께 돈 벌어왔다고 자랑도 하고 피자도 시켜 먹는단다. 그들은 발달장애인이라는 집단으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 그들은 이름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개인들이 된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각자 한 사람 몫의 인생을 살아간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을 위한 선물도 사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것도 사 먹으며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많은 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겐 일상이 아닌 꿈에 불과하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든 곳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푸르메여주팜은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으로 설립된 발달장애인들의 직장이다. 이곳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발달장애 직원은 현재 38명. 모두 면접을 거쳐 당당하게 채용된 정직원이다. 주 5일 하루 4시간 근무하고 매달 최저 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4대 보험도 보장받는다. 이곳은 이제 전국 발달장애 가정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농장의 출발점은 푸르메재단이다. 이곳의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임지영 씨는 한 어린이 재활병원에서 한 엄마를 만났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는 자기가 죽은 후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장애인 자녀 돌봄은 개별 가정에 대부분 전가되어 가족들의 삶을 옥죄었다. 현재 그런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약 25만 명. 특수학교나 특수반에서 직업교육을 받아도 대부분 취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속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 일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단체가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농장을 지을 땅조차 없었고 막대한 건립비를 마련할 방도도 없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에 단계마다 난관에 부딪쳤다.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한 사람, 한 기업, 한 기관 차례차례 손을 잡는 곳들이 나타났다. 전국에서 단 한 건의 전례도 없지만, 지자체가 기꺼이 주주의 일원으로 참여, 최후의 장벽도 돌파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 관, 공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푸르메여주팜은 그렇게 탄생했다.
동휘 씨와 지민 씨 등 38명의 발달장애인들을 어엿한 직장인으로 자리 잡게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 터전은 실로 여러 사회적 단위의 협동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꿈꾸는 농장'은 발달장애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고, 이 사업에 동참한 동행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멋진 변화를 소개한다. 여주 들판에서 시작된 최초의 날갯짓이 더 큰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