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홈런은 이제 특별한 이벤트다. 야구팬과 현장이 한 걸음 더 다가설 기회다.
이정후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0-0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던 4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 투수 아담 플럿코로부터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자신의 시즌 11번째 홈런이었다.
이정후는 1회 말 첫 타석부터 정타를 만들어냈다. 투수 플럿코가 시속 147㎞ 초구 직구를 보여주고 커브를 구사해 허를 찌르려고 했지만, 이정후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를 돌렸다. 투심 패스트볼 2개로 중견수
강습 타구는 1루와 2루 사이 정중앙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 타구는 2루수 송찬의의 글러브에 잡혔다. 내야진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수비하는 시프트를 가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0-0 동점이 이어진 4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아쉬움을 달랬다. 플럿코는 1볼-0스트라이크에서 3구 연속 높은 코스로 빠른 공을 던져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려고 했다. 미동도 하지 않던 이정후는 5구째 컷 패스트볼(커터)이 몸쪽에 들어오자 그대로 배트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그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정후의 시즌 11호포. 팽팽한 승부에 균형을 깨는 아치였다.
이 홈런이 나온 순간, 장내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 들끓었다. 이정후의 홈런이 최근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홈 두산전 8회 말 타석에 나선 그는 상대 투수 정철원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쳤다. 공은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라는 문구가 새겨진 스케치북을 들고 열렬히 응원하던 김수연, 김진희씨가 앉아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로켓·총알 배송만큼 빠르게 말이다.
실제로 수연, 진희씨는 경기 뒤 자신에게 배송된 홈런공을 이정후에게 보여준 뒤 사인까지 받았다고 한다. 구단은 이튿날 사인 배트와 좌석 업그레이드까지 제공했다. 이 에피소드는 키움 더그아웃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아시아 타자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한 2003년 야구장에는 잠자리채 부대가 등장했다. 신기록 홈런 기념구를 얻으려는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과 은퇴 경기에서도 그랬다.
'홈런 배송' 에피소드는 꽤 흥미롭다. 이미 야구팬은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참신한 문구도 쏟아내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는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던 팬들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실제로 19일 LG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 외야석에는 수연, 진희씨가 들고 있던 스케치북과 비슷한 크기의 그것을 든 관중이 늘어났다. 저마다 참신한 문구로 이정후의 홈런이 배송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스케치북은 당분간 고척스카이돔 관람에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