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결국 '5만 전자'로 추락했다. 투자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액면분할을 한 4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반도체 아웃리치(대외 접촉) 노력도 암울한 시장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전일보다 1.81% 하락한 5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1년 7개월여 만이다.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12조원 이상 빠졌다.
투자자 거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보유율은 49.97%로 낮아졌다. 6년 만에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끝을 모르는 주가 하락세는 비단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AMD·퀄컴·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회사의 사업 전망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하게 반영됐다.
증시 불황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5일 0.75%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0.25%씩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준은 몇 차례 더 금리 인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 역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거듭나기 위해 50대 1로 액면분할을 한 2018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당시 1주당 25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5만원 수준으로 내려가 부모의 손을 빌린 초등학생 주주까지 등장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은 '10만 전자' 도약을 사실처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매도 시기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총 1위 기업의 주가가 투자 열풍에 과도하게 흔들려왔다는 지적도 있다. 최악의 경우 5만원 초반에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18년 말~2019년 초 PBR(주가순자산비율) 1.07배까지의 일시적 추락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이를 적용하면 5만3000원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연구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참여자가 이런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실제 주가의 바닥은 이 가격대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이라며 "PBR 1.15~1.25배인 5만7000~6만1600원에서 실제 바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