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 불펜을 효과적으로 운영, 순위 싸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홍원기(오른쪽 두 번째) 키움 감독. IS 포토 키움 히어로즈 불펜 운영엔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선 되도록 투수를 바꾸지 않는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의 올 시즌 IR(Inherited Runners·기출루자)은 20일 기준으로 리그 최저인 62(1위 LG 트윈스·150)다. IR이 낮다는 건 그만큼 주자가 출루한 상태에서 투수 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리그 평균 IR이 116,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IR이 100을 넘는다. 키움은 6월에 소화한 16경기에선 IR이 10에 그친다. 경기마다 승계 주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IR이 낮은 건 '위기를 자초한 투수가 해결까지 하길 바란다'는 홍원기 감독의 의중이 담겨 있다. 홍 감독은 "(흐름을) 끊어줘야 할 때가 있고 바꿔줘야 할 때가 있다. 또 교체해야 할 때가 있는데 (투수 교체는) 순간의 선택인 것 같다"며 "불펜에 나이 어린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험이 성장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닝을 본인이 책임감 있게 깔끔하게 막는 게 성장에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의 불펜은 변수가 많았다. 지난 시즌 뒤 주전 마무리 투수 조상우와 필승조 김성민이 군 복무에 들어가면서 공백이 생겼다. 개막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김태훈마저 갑작스러운 충수염(맹장)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잠시 팀을 이탈하기도 했다. 홍원기 감독은 적재적소 불펜 투수를 넣고 빼면서 위기를 넘겼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펜을 가동하니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줄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구원 등판한 키움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2022.05.24/ 이승호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면 점주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이 더 들어가게 된다. 이닝이 시작될 때 등판하면 마운드 운영을 조금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웅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부담을 안 느낀다면 거짓말"이라며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가게 되면 준비를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반겼다.
키움은 IR이 낮지만,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가 40.3%로 높다. 리그 평균인 34.9%보다 좋지 않다. 만약 IR이 많았다면 승계 주자 실점이 더 늘어날 수 있었지만 IR을 낮춘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사이 감독의 기대대로 경험을 쌓으면서 불펜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키움은 선두 SSG 랜더스에 3.5경기 뒤진 2위다. 개막 전 예상을 뒤엎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탄탄한 선발 못지않게 불펜의 역할도 크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2위다. 홍원기 감독은 "작년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믿음을 줄 때하고 팀을 위해서 냉정해야 할 때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더라.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이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다. 작년의 시행착오를 조금 더 줄여가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