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인디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리고 가도 좋다. 영화 ‘모어’는 다큐멘터리지만 한 편의 뮤지컬처럼 아주 극적이고, 인디 영화지만 그 어떤 상업 영화보다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하다.
‘모어’는 드래그 아티스트인 모어(모지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보 권투부’(2015), ‘카운터스’(2018)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일하 감독의 신작이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이일하 감독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감각을 ‘모어’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감독의 개성 있는 연출력은 모어라는 다이내믹한 아티스트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마치 브로드웨이의 쇼처럼, 어떨 때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처럼 ‘모어’는 쉬지 않고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자극한다.
주인공 모어의 정체성은 트랜스젠더다. 한때 발레를 했던 그는 발레리노(남성 발레 무용수)가 아닌 발레리나(여성 발레 무용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네가 가진 여성성을 다 버리라”고 윽박지르던 세상은 모어가 별일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태원의 작은 구석에서 외롭게 둥지를 틀었다”고 말하는 모어는 아주 담담하지만 그것을 듣는 관객들은 그 순간 마음속 무언가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다양하다. 거리낌 없이 혐오를 표출하는 사람도 다수다. ‘모어’는 굳이 그런 시선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특정한 삶의 형태로 슬며시 밀려가는 과정을 주인공 모어의 이야기를 통해 솔직하게 꺼내놓을 뿐이다. 모어의 어린 시절에 대해 부모와 교사, 친구, 그리고 본인이 모두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죄부를 구하지도, 섣부르게 주지도 않기에 영화는 점잖고 아주 우아하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유쾌함과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도 영화의 강점이다. 자신을 향한 복잡한 시선을 던지는 세상을 향해 “팁이나 더 내놔 XX아”라고 쏘아붙이듯 던져 놓는 모아의 말이나 처음으로 만난 장인, 장모 앞에서 어색해 어쩔 줄 모르는 모아의 남자 친구 제냐, 입대 후 “자신을 성소수자(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 나오라”는 말에 이때다 싶어 손을 번쩍 들고 나갔다가 관심사병이 됐다는 에피소드들이 공개될 때면 속절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모어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드래그 아티스트로서의 삶, 심지어 신체까지 남김없이 카메라 앞에서 드러낸 것처럼 이일하 감독은 퀴어 퍼레이드 앞에서 시위하는 시위대를 배경으로 ‘아 대한민국’ 노래를 깔고, 한국예술종합학교까지 입학했던 촉망받던 무용수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으며 모어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통렬하게 까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