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은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4번 타자로 출장했다. 담 증세를 보인 채은성을 대신해 4번 타자를 맡은 그는 3-1로 앞선 3회 말 2사 2루에서 한화 윤대경의 체인지업을 통타, 중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19경기, 24일 만에 터진 반가운 홈런이었다. 1회 동점 적시타를 포함해 이날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린 그는 "홈런 치는 4번 타자 유격수,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를 이뤘다"며 자신의 활약을 자랑스러워했다.
오지환은 이런 '만화 같은' 활약을 올 시즌 자주 보여주고 있다.
그는 23일 기준으로 홈런 11개를 기록, 부문 공동 6위에 올라있다.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홈런 치는 유격수'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빠른 페이스로 올해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그보다 홈런 순위가 높은 선수는 박병호(KT 위즈, 20개)와 김현수(LG 트윈스, 13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오재일·호세 피렐라(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상 12개) 등 5명뿐이다. 모두 1루수 또는 외야수다. 수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유격수 중 홈런 30걸 안에 포함된 선수는 오지환이 유일하다.
단순히 홈런 개수를 떠나 영양가가 넘쳐난다.
오지환의 올 시즌 홈런 11개 중 4개가 결승타였다. 특히 동점 상황에서 터진 홈런만 무려 7개다. 1점 차 이내 승부에서 홈런 2개, 2점 차·3점 차에서도 1개씩 기록했다. 모든 홈런이 박빙에서 터졌다. 동점 상황에서 앞서가는 점수를 올리거나, 팀이 근소하게 지고 있을 때 동점 내지 턱밑까지 추격하는 대포를 가동했다. 큰 점수 차에서 나온 홈런은 한 개도 없다. 오지환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오지환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LG는 8승 3패(승률 0.727)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승률(0.588)보다 훨씬 높다. 오지환이 홈런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셈이다.
그의 별명 중 하나인 '오지배'는 부정적인 의미가 컸다.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수비 실책을 자주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영양가 높은 홈런으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입단 14년 차 오지환은 그동안 2번 타자나 하위 타순에 포진했다. 올해 5월 초부터는 중심타선으로 옮겼다. 그는 "장타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야구 선수로서 내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올해부터 주장을 맡으면서 "팀에 영향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결승타 부문에서 오지환은 팀 동료 김현수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사진=LG 제공 류지현 LG 감독은 "주장 오지환은 어느 타선에서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늘도 4번에서 좋은 모습으로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오지환은 홈런과 결승타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또 4번 타자로 나서고 싶지 않나'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오지환은 "(4번 타자 출전은) 일회성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잘 안다. 기분 좋을 때 멈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