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25·두산 베어스)가 '정말로' 달라졌다. 승리 추가에는 실패했지만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이영하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다. 3-3 동점에서 투구를 마쳐 승리 추가에는 실패했지만, 3경기 연속 QS를 기록하며 전에 없던 안정감을 이어갔다. 최고 시속 151㎞의 직구(41구)와 결정구 슬라이더(41구)를 고루 섞어 롯데 타자들은 잡아나갔다.
'선발' 이영하의 안정감은 지난 2년간 찾아볼 수 없었다. 2019년만 해도 이영하는 시즌 17승을 기록한 국내 에이스였다. 그러나 2020년 선발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결국 시즌 중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고 이듬해 역시 선발로 1승 5패 평균자책점 9.80을 기록하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올해 역시 출발은 깔끔하지 못했다. 4월 평균자책점이 6.23에 달했다. 5월 이후 안정세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볼넷이 발목을 잡았다. 이날 전까지 QS 비율도 35.7%에 불과했다. 불안한 제구에 이닝도 실점도 담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페이스가 남다르다. 지난 15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QS를 기록했던 그는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도 7이닝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이어 28일까지 QS를 이어가면서 3경기 연속 QS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QS는 2020년 7월 26일부터 8월 7일에서 달성한 이후 약 23개월 만에 나온 기록이다.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단단해진 멘털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이날 아쉬운 수비가 여럿 나왔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회 초 선두 타자 안치홍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안재석의 송구 실책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어 후속 타자 황성빈은 10구 승부 끝에 안타로 출루해 이영하를 흔들었고 후속 전준우의 3루 땅볼 때 실점으로 이어졌다.
3회 실점 때도 외야 수비가 도와주지 못했다. 선두 타자 박승욱이 친 타구를 중견수 안권수가 쫓아갔지만, 글러브에 넣지 못하면서 3루타가 돼 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어 2사 후에는 이대호가 밀어친 타구는우익선상에서 우익수 양찬열 앞에 떨어지며 2루타로 기록됐다.
자멸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이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이영하가 기록한 자책점은 단 2점. 적시타는 하나뿐이었다. 그의 '주적' 볼넷도 단 2개만 기록했다. 승리만큼 값진 성적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