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살아남은 시(時)와 죽지 않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장트리오(장도연, 장성규, 장현성)를 통해 전한다. 이야기 친구로는 (여자)아이들 미연, 배우 윤박, 작사가 김이나가 방문한다.
먼저 장트리오는 ‘거대한 인연의 시작’ 이야기로 문을 연다. 때는 1940년 봄, 경성 연희전문대학교. 설렘을 안고 입학한 열아홉 살 병욱의 기숙사 방에 누군가 찾아온다. 문을 연 병욱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왔던 ‘그’의 실물을 영접해 얼어 붙는다. 다섯 살 많은 그는 병욱의 같은 과 선배다. 바야흐로 글의 시대, 문학도 병욱은 신문에 실린 선배의 시를 읽고 단번에 그에게 빠져들었다.
이후 추앙의 대상이었던 선배가 일면식도 없는 병욱에게 “안 바쁘시면 산보라도 나갈까요?”라며 찾아온다. 우주가 집필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두 남자의 인연의 서막이, 그날 그렇게 열렸다.
5년 후, 선배의 고향집에 충격적인 전보 한 통이 날아온다. 선배의 사망 소식이었다. 발신지는 후쿠오카 형무소다. 납득할 수 없는 부고에 급히 일본으로 간 선배의 아버지는 후쿠오카 형무소에 들어서자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푸른 죄수복을 입고 복도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수십 명의 조선인 청년들이다. 뼈만 앙상한 모습의 청년들은 한 사람씩 ‘시약실’이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청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있다고 했다. 선배도 그 주사를 맞던 중,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는데 도대체 그날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맞아야 했던 주사의 정체와 일제의 악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방송 말미에는 ‘살아남은 시(時), 죽지 않은 남자’ 이야기가 전개된다. 선배가 남긴 유일한 흔적, 육필 원고를 지키기 위한 병욱의 사투가 펼쳐진다. 야만의 시대를 뚫고 기적적으로 지켜낸 선배의 시. 그의 숨결과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필체에 장트리오와 이야기 친구들까지 숙연해진다.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실제 육필 원고’ 와 그 감동적인 비화가 이번 주 꼬꼬무에서 공개된다.
전쟁과 해방, 격동의 시기 두 남자의 이야기 ‘시와 피’ 편은 30일 오후 10시 30분에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