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3 우천 무승부를 거뒀다. 승리는 없었지만, 선발 이영하의 6이닝 3실점(2자책점) 호투가 빛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9일 "이영하가 잘 던졌다. 앞으로도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결과만큼 돋보인 건 의연함이다. 이날 이영하는 1회부터 어렵게 출발했다. 유격수 안재석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 3실점으로 마무리했지만 빅 이닝 없이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1실점,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는 7이닝 무사사구 10탈삼진 2실점의 기세를 부산까지 이어갔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는 지난 2020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영하는 "공 자체는 시즌 초에도 좋았다. 그러나 제구 문제가 컸다. 제구에 자신감이 없으면 구위도 나빠보인다"며 "안 맞으려 하기보다는 타자와 빠른 승부를 내려고 하는 중이다. 스트라이크를 빠르게 잡으니까 결정구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 간 '선발' 이영하는 고전했다. 2019년 17승을 거뒀던 그는 2020년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흔들리면서 마무리로 이동했다. 2021년 다시 선발로 돌아갔지만 평균자책점 9.80까지 치솟으면서 불펜으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이영하의 선발 기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영하는 "그때는 (승리가)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인지 다음 시즌엔 승리를 거두더라도 크게 기쁘지 않았다. (이전 기록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며 "17승을 했으니 적어도 15승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전반기 5~6승을 거둬도 잘한 건데, 쫓기는 마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영하는 "지금은 다시 처음 선발 투수가 됐을 때처럼 생각한다. 1승을 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만큼 해냈다'고 생각하면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전부터 몸이 좋다고 자주 얘기했다. 겨울 동안 잘 준비했고 준비했던 것들이 점점 경기력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시 10승을 거둔다면 기분 좋고 마음은 뿌듯할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