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이어 전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한 차세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리더십을 가져간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GAA 기술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다.
채널 3개 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 대비 성능과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 형태로 구현한 독자 MBCFET GAA 구조도 적용했다.
삼성전자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 45% 절감·성능 23% 향상·면적 16% 축소를 보장한다.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성능 30% 향상·면적 35% 축소가 기대된다.
회사는 이미 고성능 컴퓨팅(HPC)용 시스템 반도체를 초도 생산했다. 모바일용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연초 출시한 '갤럭시S22'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4나노 칩을 탑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초격차 유지 차원에서 반도체 인프라를 공고히 하기 위한 아웃리치(대외 접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7일 유럽행 비행기에 탑승한 이재용 부회장은 약 2주간의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 14일 네덜란드 방문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CEO(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EUV 노광장비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장비로, ASML이 독점 생산한다. 최신 장비인 '하이 NA(뉴메리컬 어퍼처)'는 대당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추격 전략은 순위에 반전을 줄 수 있는 한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2022년 1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현황에서 TSMC는 점유율 53.6%로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전자가 16.3%로 뒤를 이었지만 전 분기보다 격차가 3.5%포인트 더 벌어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 계획 등을 종합하면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전망"이라며 "이후 중심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생태계를 강화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