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축구는 B1(전맹부)과 B2/B3(약시부)로 나뉜다. 약시부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건 아니지만, 시력 교정이 불가능한 선수들이 뛴다. 전맹부는 시력이 남아있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경기다. 시각 축구는 풋살과 비슷하다. 다만 장비와 경기 규칙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시각 축구는 골키퍼를 포함한 5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골키퍼는 대개 비장애인이 맡는다. 실점을 쉽게 허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원활한 경기 운영에 방해받지 않도록 경기장 사면에 펜스를 설치한다. 또한 선수들에게 상대 선수, 공, 골대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3명의 가이드도 함께 뛰는 것도 시각 축구가 가진 특징이다.
시각 축구에 사용하는 공에서는 소리가 난다. 안에 쇠로 만든 자석들이 있는데, 선수들은 공이 굴러갈 때 자석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로 공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렇기 때문에 시각 축구 경기에서는 관중이 응원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시각장애인 선수 중 빛을 감지하는 일부 선수도 있기 때문에 필드 플레이어(골키퍼 제외)는 안대를 낀다.
지난 1일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초청으로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에서 시각 축구를 체험했다. 생소한 스포츠라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시각 축구 동호회인 프라미스랜드를 통해 시각 축구 경기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교육을 받았다. 안대로 눈을 가려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공 컨트롤, 드리블 등 기본 교육을 받는 데만 5시간 남짓 소요됐다.
기본 교육을 받은 후 고려대 여자 축구동아리 FC엘리제 부원들과 팀을 이뤄 프라미스랜드 선수들을 30분 동안 상대했다. 프라미스랜드 선수들은 청각에만 의지한 채 빠르게 드리블을 하거나 원활한 패스 플레이를 했다. 비장애인 선수 못지않게 역동적이었다. 기자는 간신히 공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프라미스랜드 선수들에게 번번이 뺏겼다.
이날 시각 축구를 체험한 엘리제 부원 박보윤(23)씨는 “대학교에서 특수체육 관련 강의를 수강했다. 시각 축구를 경험하면서 장애인 체육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며 “시각 축구 선수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 속에서도 청각에만 의지한 채 과격한 스포츠를 하는 걸 보고 대단하시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4 아테네 패럴림픽 시각 축구 대표팀 코치였던 이형주(46) 프라미스랜드 감독은 “시각 축구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다. 이번 계기로 시각 축구에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프라미스랜드 선수들도 비장애인이 시각 축구를 경험하며 재미가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아가기를 많이 바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