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진단키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때처럼 K바이오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씨젠과 바이오니아, 진스랩, 시선바이오 등이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했다. 바이오니아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1시간 30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검출용 키트를 개발했다. 바이오니아에 따르면 '아큐파워'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DNA를 추출해 증폭하는 기술로 감염 여부를 파악한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검출용 키트를 원숭이두창이 유행하고 있는 국가의 병원 및 연구소에 우선 판매한 후 유럽 통합규격인증(CE)을 받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GC의 자회사인 진스랩의 제품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속해있는 오소폭스바이러스를 폭넓게 검출하는 동시에 이 바이러스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는 약 70분 내에 나온다.시선바이오도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지난 10일 유럽통합인증규격(CE) 체외진단(IVD) 인증을 받았고, 현재 수출용 및 국내 시판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진단키트업체인 씨젠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약 1시간 3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각각 개발 완료했다. 진단키트 업체인 휴마시스와 수젠텍은 각각 개발에 착수했다고 알리면서 신속하게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모두 원숭이두창이 확산 중인 국가를 중심으로 진단키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1명의 원숭이두창 감염자만 나왔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원숭이두창의 경우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달리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신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도 진단키트의 해외 수출을 통해 K바이오의 힘을 뽐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전염병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정부의 원숭이두창 대응이 너무 느리다면서 이는 코로나19 초기 발병 때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원숭이두창이 기존과 다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상당히 제한된 검사와 백신 보급으로 발병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 미 전국성병예방협력센터(NCSD) 이사는 "미국은 검사 간소화와 가용 백신 제공, 치료제 접근 합리화 모두에 뒤처져 있다. 세 영역 모두 관료적이고 느리며, 이는 발병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유럽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건수가 2주 새 3배로 급증했다며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조처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 중 90%는 유럽에서 나왔다. 31개국에서 확진 사례는 4500건에 달한다. WHO는 현재로서는 원숭이두창이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후 재검토를 할 예정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원숭이두창 백신이 없고 진단키트도 공급 부족한 상황이라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