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문보경(22)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새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 영입이 발표된 날부터다.
지난달 문보경은 KBO리그 '장외 타격왕'이었다. 규정타석에 4타석이 모자랐지만, 타율 0.446(56타수 25안타)를 기록했다. 기간을 좀 더 늘려 6월 1일부터 7월 4일까지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타격 1위(0.441)에 해당한다. '타격 천재'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최고령 타격왕'에 도전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보다 높았다.
문보경은 5월 말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지난달 4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해 9회 대수비로 출장한 그는 이튿날 선발로 나섰다. 문보경이 이날 모처럼 안타를 치기 3시간 전에 LG 구단은 가르시아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보경은 이날부터 '안타 머신'이 됐다. 최근 한 달 20경기에 출전해 무려 13경기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지난달 21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지난 1일 롯데전까지 7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쳐내기도 했다. 장맛비로 3경기가 미뤄졌지만, 문보경의 뜨거운 타격은 이어졌다. 2일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문보경은 3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해 박용택의 은퇴식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문보경은 "가르시아가 오든 안 오든 지금 내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포지션이 겹치니 가르시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문보경의 주포지션은 3루수다. 팀 사정상 1루수를 겸업한다. 가르시아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2루수로 293경기, 3루수로 156경기에 출전했다. 프로 커리어를 보면 2루수 경력이 더 많지만 올 시즌 트리플A에서는 3루수로 주로 나섰다.
가르시아의 영입에 위협을 느낄 법하다. 문보경이 지금처럼 활약한다면 가르시아가 2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3루수를 뺏길 수도 있다. 가르시아는 훈련 중 옆구리 부상을 입어 1군 데뷔가 늦어지고 있다.
문보경은 1군에 데뷔한 지난해 타격 재능을 선보였다. 전반기(타율 0.270)와 후반기(0.191) 성적 차가 컸지만,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개막 초반 채은성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문보경이 한동안 4번 타자를 맡기도 했다. 5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총 7일(4월 3~4일, 6~9일, 12일) 동안 타격 1위에 올랐다.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6월 이후 다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문보경이 굉장히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차이가 컸던 선수였다. 올해도 초반에 좋았다가 실패를 겪었지만, 노력과 경험을 통해 좋은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완성형 선수가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할 선수다. 홈런도 더 많이 터뜨릴 거다. 대형 내야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