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구글 앱마켓에서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가 구글이 금지한 결제 아웃링크를 안내하며 반기를 들어서다.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구글의 정책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앱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 신규 버전의 등록을 거부했다. 자사 앱마켓 결제시스템(인앱결제)보다 저렴한 아웃링크(PC·모바일 웹) 경로를 안내하면 안 된다는 정책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주 말부터 포털 다음에 '카카오톡'을 검색하면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버전의 정확한 업데이트 심사 요청일과 거부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 iOS는 문제없이 앱 업데이트 적용을 끝낸 상태다.
이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내 자사 결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거나 아웃링크 경로를 안내하면 올해 4월부터 업데이트를 금지하고, 6월부터는 삭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구글은 앱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로 최대 30%를 책정했다. '앱 통행세'라는 비판이 일었다.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외부 결제수단을 허용할 것을 구글과 애플 양대 앱마켓에 통보했다.
고심 끝에 백기를 드는 듯했지만, 수수료를 4%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친 3자 결제만 열어주는 꼼수를 부렸다. 아웃링크는 법 해석상 필수로 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웹툰 플랫폼 등은 안드로이드 1위 앱마켓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구독 상품 '이모티콘 플러스' 소개 화면에 웹에서 더 싼 금액에 만나볼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지난 5월부터 표출하고 있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구글 앱마켓에서 5700원이지만, PC·웹모바일에서는 4900원이다. 그런데 현재 PC·웹모바일에서 3900원에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당분간 카톡 안드로이드 버전의 업데이트를 지금처럼 포털 검색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행히 이번 업데이트에는 중요한 기능을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장기화할 경우 중요한 개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항상 소비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앱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구글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700만명 이상의 국민 메신저를 앱마켓에서 정말 삭제할지에 쏠린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5월 구글이 시행 중인 아웃링크 금지 방침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요 앱마켓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실제 피해 사례가 나와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일단 카카오는 양대 앱마켓과 장기간 공생한 관계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반기를 들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도 원스토어라는 대체 플랫폼이 있어 쉽사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이날 성명서에서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 같은 빅테크가 한국 법체계를 비웃고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