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호출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에 휩싸인 모회사 카카오가 더는 모빌리티 사업을 이어갈 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 매각을 하는 대신 주주로 남아 경영에 일부 관여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추진과 관련해 회사와 면담한 결과를 공유했다.
노조에 따르면 1차 협의에서 회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추진 사실을 인정하며 "카카오가 2대 주주로 남아 향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매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자 "사모펀드 매각 외 옵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2차 협의에서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 없음을 더욱 명확히 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라는 기업 내에서는 더이상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불가능하다. 사업의 성장을 위해선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모빌리티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을 이어나갈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은 지난달 중순 수면 위로 떠올랐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40%가량을 사들이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업 가치를 두고 양측 의견이 엇갈려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어 노조가 매각을 막기 위해 전 계열사 임직원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나서려던 찰나, 사측이 대화를 제시하면서 논란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두 차례 노사 대화에서 카카오는 미래가 불확실한 모빌리티 사업에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회사 경영진은 지금까지 매각 추진 사실만 인정하고 구체적인 정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노조에 보다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조가 만남을 요구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자 공동체 현안을 총괄하는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이날부터 전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재개한다. 피켓 시위·기자회견·단체교섭 등 후속 단체행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매각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바 없으며,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이해관계자 및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