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의 올 시즌 타율은 6일 기준으로 0.222(221타수 49안타)에 불과하다. 최소 240타석을 소화한 KBO리그 49명의 타자 중 타격 47위. 정확도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출루율(0.282)과 장타율(0.271)을 합한 OPS도 0.553로 최하위다. 도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애플리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정수빈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0.04다. WAR은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건 그 선수를 기용하는 게 팀에 손해라는 걸 의미한다. 정수빈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도 2.84로 48위(1위 이정후·9.56)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부진이다. 정수빈의 개막 후 5월까지 타율은 0.245(151타수 37안타)였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는데 6월 월간 타율이 0.200(55타수 11안타)로 더 떨어졌다. 7월에 치른 5경기 타율은 0.067(15타수 1안타)로 1할이 되지 않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정수빈에 대해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며 "3할을 한 번 치고 계속 2할 5푼대에서 왔다 갔다 한다. (타격감이) 좋으면 조금 올라갔다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번에 들어가면 좋은데 타격감이 안 좋으니까…"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수빈은 2014년 데뷔 첫 '규정타석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즌이던 2020년 타율 0.298(490타수 146안타)로 3할에 근접, 그해 겨울 원소속팀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계약금 16억원, 총연봉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FA 대형 계약을 했다. 수비와 주루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어느 정도 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FA 계약 첫 시즌이던 지난해 타율이 0.259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커리어 로우(2012년 타율 0.235)를 향해 가고 있다.
두산은 정수빈의 반등이 필요하다. 그가 타선을 가리지 않고 출루해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야 대량 득점의 가능성도 커진다. 정수빈의 도루 능력과 수비 범위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다. 하지만 고액 연봉(6억원)을 고려하면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