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유치하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다. 성인이 12세 어린이도 즐길만한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유치함이 전혀 없는 전개를 원한다면 그건 지나친 기대 아닐까.
그렇다고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유치하다고 평하겠느냐 하면 그 답은 ‘아니오’다. 성인이 보기에 유치한 장면이나 캐릭터는 존재할 수 있지만 영화의 스토리라인과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전혀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전작인 ‘토르: 천둥의 신’, ‘토르: 다크 월드’, ‘토르: 라그나로크’보다 훨씬 깊이 있다. 그러한 메시지들이 유쾌한 유머 속에 감춰져 있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겉으로만 웅장한 척 진지한 척 무게 잡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멋있다. 마치 해학이 궁극의 비판인 것처럼.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와 연결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우주로 모험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가 ‘신 도살자’인 고르(크리스찬 베일 분)와 맞서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정체성과 신(혹은 신앙)이다.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는 메인 주인공인 토르뿐 아니라 마이티 토르가 돼 나타난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 분)와 발키리(테사 톰슨 분), 심지어 해임달(이드리스 엘바 분)의 아들인 액슬(키에론 L. 다이어 분)까지 모두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한다. 액슬이 자신을 해임달이 지어준 이름이 아닌 ‘액슬’로 부르라고 요구하는 건 단순히 영화에 삽입된 건스 앤 로지스의 음악과 연결된 개그 코드가 아니다.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가 ‘자아 찾기’, ‘정체성’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특히 주인공이 신이다 보니 토르의 자아 찾기는 신에 대한 기대, 역할과 이어지게 된다. 빌런인 고르(크리스찬 베일 분)는 딸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물을 달라는 요청마저 거부한 신에게 분노, 모든 신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 인물. 이는 우리가 신, 혹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첫 장면에서 고르가 한 기도와 마지막에 고르가 맞이한 결말은 이보다 더 완벽하게 이어질 수 없을 정도다. ‘신은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한 마디를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119분여 끝에 만날 수 있다니. 순간 이 영화가 119분짜리 복음이었나 싶었을 정도다.
물론 볼거리도 확실하다. ‘토르: 라그나로크’ 때처럼 우주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마블이 아니면 보기 힘든 화면들이 러닝타임 내내 쏟아진다. 아이맥스로 관람하면 더없이 시원한 화면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번역을 할 때 ‘토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아쉽다. 이제 막 토르의 망치인 묠니르를 다룰 수 있게 된 마이티 토르에 대해 발키리가 “토르로 활약한 지 얼마 안 됐잖아”라고 하는 말이 “토린이잖아”라고 번역됐다. 어린이의 가능성과 활약에 집중한 작품에서는 더욱 나와선 안 될 표현이었다.
쿠키 영상은 모두 두 개인데, 첫 번째 것은 본편과 이어지는 메시지를 던지며 다음 편을 예고한다. 두 번째 쿠키 영상은 마블, 특히 토르를 사랑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더는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