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중국·일본·인도는 물론 대만에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 국내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2일 기업분석 데이터베이스인 S&P 캐피털 IQ를 기반으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ICT 100대 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9위, SK하이닉스 56위로 한국은 100대 기업에 단 2곳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은 56곳, 중국은 9곳, 일본은 8곳, 인도는 4곳, 대만은 3곳이 포함됐다.
향후 100대 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차세대 주자들로 구성된 200대 그룹까지 범위를 넓혀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해 5곳에 그쳐 중국(27곳)과 일본(17곳)에 비해 크게 적었다.
또 반도체 산업의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에도 한국은 SK하이닉스(11위)와 SK스퀘어(63위) 2개사만 포함됐다. 반도체가 국가안보로 여겨질 정도로 미래의 먹거리 분야이지만 중국(41곳), 미국(31곳), 대만(15곳) 등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하드웨어’ 업종으로 분류된 삼성전자가 포함하더라도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의 모회자 투자기업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 세계 100대 기업은 2곳뿐이다.
우리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7.4%로 경쟁국보다 낮았다. 미국 17.1%, 네덜란드 15.4%, 일본 13%, 대만 9.5%은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을 높이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9년 3.5%에 불과했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2년 만에 13%까지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100대 ICT 기업을 업종별로 구분한 후 가장 많은 기업이 분포한 상위 5대 업종은 반도체(1위), 앱 소프트웨어(2위), 데이터 프로세싱·아웃소싱 서비스(3위), 시스템 소프트웨어(4위), IT 컨설팅(5위)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경제가 본격화되며 ICT 상위 5대 업종에 진입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100대 기업에 한국은 더존비즈온(74위)과 안랩(82위) 2곳만 이름을 올렸다. 다른 나라는 미국 34곳, 중국 32곳, 이스라엘 6곳, 일본 5곳이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한국이 IT 강국이라지만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고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도 낮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