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올스타전에 나선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그는 배팅볼 투수를 맡아준 김태군(삼성 라이온즈)을 상대로 5개 홈런을 쳐 4개를 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로 선정된 이대호는 상금 500만원과 부상으로 LG 스탠바이미 TV를 받았다. 한편 우승 3회는 양준혁, 박재홍, 김태균에 이은 역대 네 번째 최다 타이기록이다. 다음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대호의 일문일답.
-세 번째 우승이다. 소감은? 솔직히 생각도 안하고 왔다. 나이를 먹어서 오래 치지도 못한다. (배팅볼 투수인) 김태군한테 강하게 던져달라 했다. 힘으로 치는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맞은 게 몇 개 나왔다. 운이 좋았다.
-김태군이 홈런 레이스 배팅볼 투수 경험이 많았다. 나도 홈런 레이스를 많이 나가보니까 포수들이 던져주는 공이 치기 좋더라. 2018년 우승할 때도 나균안 선수가 던져줬다. 공 회전력이 좋은 선수를 골라야 한다. 가볍게 던지면 힘 있는 선수들은 칠 수 있어도, 난 힘들었다. 김태군한테 강하게 던져달라고 했던 게 통했다.
-김태군한테는 어떤 선물을 주나?
준다고 약속했으니 주겠다. 상금 중 100만원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오늘 부산에서 6시간 정도를 직접 운전하고 올라왔다. 가족들과 함께 올라왔다.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것에) 와이프가 울컥해 하더라. 만약 우승하면 좋은 데 쓴다고 이야기 했다. 받으면 기부한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받을지 몰랐다. 태군이한테 줄 돈은 주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다. 태군이가 '안 받겠습니다'하면 다 기부하겠지만.
-우승 후에 딸을 안으며 세리머니했다. 가족들에게 어떤 축하를 받았나. 치러 나가기 전에 아들이 '홈런 몇 개를 칠 거에요'라고 묻더라. 2개 칠 것 같다고 하니까 '그 정도 쳐서는 (우승) 못 한다'라고 하더라. 아들한테 '아빠는 이제 나이 들어서 (우승은) 안 된다'고 했는데 우승하니까 아이들도 좋아하더라. 아이들도 내가 마지막인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 자녀들에게 좋은 추억을 줬다. 팬분들께서 마지막 올스타에 많이 뽑아주셔서 이렇게 올 수 있었다. 내일이 정말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많이 웃고 좋은 추억 만들고 싶다.
-오늘 퓨쳐스 올스타 MVP(최우수선수)인 나승엽이 '내일은 이대호 선배님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로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 받아서 상금을 좋은 데 쓰고 싶다. 물론 받지 않더라도 내일은 정말 많이 웃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비 예보가 있는데, 비는 정말 안 왔으면 좋겠다.
-내일 홈런을 추가하면 역대 올스타전 최다 홈런을 기록하게 된다. 계속 기사가 나와서 알고 있지만, 홈런 욕심은 버린 지 좀 오래 됐다. 운이 좋으면 하나 나올 수도 있겠지만, 팬들이 뽑아주신 올스타니 안타 하나 더 치고 주자로 나가서 열심히 하며 좋은 모습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