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차린 건 많은데 막상 맛있지가 않다. ‘암살’ 이후 약 7년 만에 공개된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이야기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현대인은 물론 고려 시대 도사들과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다. 이런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에 원작이 없다는 건 최근 트렌드 상 드문 일. 그만큼 최동훈 감독 이하 제작진이 얼마나 오랜 시간 세계관과 캐릭터를 짜기 위해 고심했는가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뜸을 들였다고 밥이 꼭 맛있는 건 아니다. ‘외계+인’이 딱 그 짝이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고 과거가 현재의 미래가 되는 복잡한 타임라인을 가진 데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하다 보니 일단 정신이 너무 없다. 외계인의 비주얼 등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잘 구현됐지만, 정작 스토리가 잘 이해되지 않아 빛이 바랜다. 판타지 사극 ‘전우치’부터 인기 원작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구현해낸 ‘타짜’까지 최동훈 감독은 앞서 쌓은 필모그래피들로 자신이 얼마나 재능 많은 감독인지를 입증했다.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이라는 두 편의 천만 영화까지 거머쥐었다.
‘외계+인’은 그야말로 최동훈 감독의 재능 절정판이다. 독특한 상상력, 풍성한 볼거리, 반전, 유쾌함까지 두루 갖췄다. 영화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너무 많고 다양한 재능을 표현하려다 보니 ‘투 머치’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외계+인’은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완결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가 복잡했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1편이 그 자체로도 완결성을 갖도록 하려고 했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아리송하다. 화장실 가서 안 닦고 나온 듯한 찝찝한 마무리다. 여기에 극을 전개하기 위함인지 몇몇 캐릭터들이 내리는 결단들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위험한데도 무조건 가겠다는 딸이나 수백, 수천 년을 지구에 살고도 여전히 인간들과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빠. 너무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전개시키려다 보니 곳곳에서 개연성이 무너져 안타깝다.
여기에 최동훈 감독 특유의 반전도 많으니 극장에 갈 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게 좋겠다. 자칫 한 장면을 놓치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