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은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17번의 선발 등판에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3회로 국내 선발 투수 중 1위. 피안타율(0.185)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6)도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삼진은 125개를 잡아내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129개)에 이은 리그 2위, 9이닝당 탈삼진은 10.10으로 1위였다.
안우진의 강점은 '구속'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안우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52.5㎞/h. 슬라이더 평균 구속도 141.5㎞/h로 빠르다. 2018년 입단 당시 오른손 파이어볼러로 기대가 컸는데 들쭉날쭉했던 제구가 잡히면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언터처블'이 됐다. 송신영 키움 투수 코치는 "좋은 구위에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까지 좋아지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더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후는 안우진의 성장을 예상했다. 그는 "우진이는 야구를 가장 오래 같이 한 동료"라며 "완전 아기였을 때부터 봤는데 이런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잘했던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이정후는 안우진의 휘문고 1년 선배. 두 선수는 2016년 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휘문고의 우승을 합작한 투·타 주역이었다. 이정후가 2017년 1차 지명, 안우진이 2018년 1차 지명으로 각각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서 행보는 엇갈렸다. 이정후가 2017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안우진은 1군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프로 데뷔도 하기 전에 휘문고 재학 시절 야구부 후배 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안우진이 본격적으로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10년. 그해 13홀드를 따내며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선발로 전환한 지난해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8승을 올렸다.
이정후는 "(지금은)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좀 늦지 않았나, 너무 늦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최고의 투수다. 한국(KBO리그)에서 가장 구속이 빠른데 그 구속을 경기 끝날 때까지 유지한다. 변화구도 한두 개 던지는 게 아니라 세 가지(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를 완벽하게 던진다"고 극찬했다.
안우진은 전반기에 상대 팀 에이스와 자주 맞붙었다. 시즌 첫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루친스키, 윌머 폰트(SSG 랜더스)를 차례로 만났다. 이밖에 고영표(KT 위즈) 원태인(삼성) 구창모(NC)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과도 자웅을 겨뤘다. 이정후는 "작년까진 좀 불안했다. 안우진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지금은 누구와 붙더라도 매치업이 우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1선발을 상대해도 질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키움은 전반기 87경기에서 54승(1무 32패)을 따냈다. 선두 SSG에 4.5경기 뒤진 2위다. 안우진의 후반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정후는 "(지금 성적으로는) 부족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발전해야 한다"며 "선수라면 당연히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 잘하고 싶어하는 선수여서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