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20일 일본 아이치현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이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은 중국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24일 홍콩, 27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풀리그 성적으로 우승팀을 결정한다.
이번 EAFF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등 대표팀 핵심 유럽파 선수들이 불참한다. 대신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은 대회 통산 여섯 번째이자 4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4개월 앞두고 치르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월드컵 엔트리에 대한 확실한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주전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31·울산 현대)가 낄 전망이다. 벤투 감독의 중용을 받는 김승규(32)가 최근 가시와 레이솔(일본)에서 알샤바브(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함에 따라 대회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현우는 오랜만에 대표팀 주전 수문장으로 나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는 벤투 감독 부임 후 김승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줬다.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대표팀이 치른 10경기 중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동아시안컵은 조현우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조현우는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는 늘 하던 대로 할 것이다. (김)승규 형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리스크를 가질 수 있겠지만, 지금 하는 것처럼 계속 도전하는 태도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우승해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현우는 대표팀 주전 골키퍼에 대한 각오를 나타냈다. 그는 “당연히 월드컵에 나가서 경기도 뛰고 싶고,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 골키퍼가 되고 싶은 건 당연하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결정은 감독님의 권한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아시안컵에서도 누가 주전 골키퍼로 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K리그에서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동아시안컵에서도 이어간다는 각오다. 조현우는 올 시즌 K리그에서 0점대 실점률(경기당 0.9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21경기에 나와 19점만 내줬다. 조현우가 최후방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보인 덕분에 울산은 리그 팀 최소 실점 공동 1위다. 조현우는 “대표팀은 한국 최고의 선수가 모인 팀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훈련장에서부터 모든 걸 쏟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김동준(제주 유나이티드) 송범근(전북 현대)이 처음으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동준과 송범근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지만 아직 A매치 경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