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 선수들이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원(23)만은 그라운드에 놓인 의자 위에 털썩 앉았다. 맞은편에서 이호준 타격 코치가 공을 토스하자 그는 연신 배트를 돌렸다. 이후 20분 동안 '나 홀로 특별 훈련'을 실시했다.
정규시즌 그라운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훈련이었다.
이재원이 특별 훈련을 실시한 건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LG는 올 시즌 팀 타율(0.270)·홈런(72개)·장타율(0.403) 1위를 달리고 있다. 잘 나가는 LG 타자들을 지도하는 이호준 코치는 "(이)재원이의 타격 자세가 다 흐트러져 있다.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타격 시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는 등 중심이 쉽게 무너진다.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간 뒤 스윙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태다.
이호준 코치는 선수 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특별한 훈련을 이재원에게 권유했다. 이 코치는 "이렇게 하면 상·하체를 고정해 놓고 팔만 이용해 타격하게 된다"며 "스윙이 예쁘게 나온다"고 했다.
이재원은 전반기 46경기에서 타율 0.222 8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서울고 시절 동갑내기 강백호를 제치고 4번 타자를 맡을 만큼 힘이 뛰어났던 그는 2020~2021년 퓨처스리그(2군) 홈런왕에 올랐다. 2군 무대를 평정했고 1군에 올라와서도 무시무시한 힘을 입증했다. 지난해 171타석에서 5홈런, 올해 169타석에서 8홈런을 터뜨렸다.
폭발적인 장타력을 선보인 뒤 그 열기가 확 식었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5월 타율 0.318을 기록하더니 6월(0.143)과 7월(0.163)에는 1할대 타율에 그쳤다. 삼진이 늘고, 정확성은 점점 줄었다. 이재원은 "자꾸 욕심이 생겨 나쁜 공에 손이 나간다"며 아쉬워했다.
이호준 코치는 "장타자는 팔만 이용해서 타격해도 충분히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멀리, 더 세게 타격하려다 보니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선수 시절 통산 337홈런을 친 이 코치는 "홈런 타자는 홈런을 치고 나서 오히려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재원이는 (경험이 적어서)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원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경험한 훈련이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다"며 "중심 이동을 하면서 오른팔이 잘 빠져나오도록 신경 썼다. 최근 오른팔이 몸통으로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배트와 공이 맞는 면적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후반기에 좋은 모습이 나왔다. 이제 올라갈 일밖에 없다고 여기겠다.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