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표정이 상반된다. 멀찍이 앞서가던 카카오페이 뒤를 토스가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투자 시장 속에서도 토스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카카오페이는 점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며 시가총액이 28계단이나 추락했다.
기업가치 8.5조 토스
최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3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불황 속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토스는 시리즈G브릿지로 진행한 투자에서 기업가치 8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 시리즈G 투자를 유치할 당시 평가받았던 8조2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규모다.
이번 투자는 7월과 8월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토스가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를 받은 데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의 리드 투자자는 토스의 초기 성장부터 함께한 알토스벤처스로, 1000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굿워터, 그레이하운드 등 해외 주주들도 투자에 나섰고,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서는 KDB산업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1000억원, 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토스 관계자는 "투자금은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 가속을 위한 추가 투자 및 신규 사업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토스가 목표했던 투자 규모는 1조원가량이었으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 3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도 선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타 핀테크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는 내년 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제, 대출 중개 등의 매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90% 이상이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중개, 모집, 광고 등에서 발생하는 B2B 모델로 수익구조도 탄탄하다.
토스의 지난해 매출 총이익률은 70% 수준이다. 글로벌 핀테크 앱의 매출 총이익률이 40~50%와 비교해 높다.
지난해 토스뱅크, 토스증권의 출범으로 토스 앱의 MAU(월간 활성 유저)는 올해 들어 매월 35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6월 기준 토스의 MAU는 1427만명으로 은행·뱅킹 서비스 앱 순위 1위에 토스가 오르기도 했다.
뱅킹 앱 상위권 순위는 토스가 1위를 지키던 카카오뱅크를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9개월 연속 1위를 유지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도 순위 변동은 없었다.
다만, 토스는 송금·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토스뱅크, 토스증권까지 아우르는 원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모든 사용자가 한 앱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의 금융사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나누어 앱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시장 눈높이 낮아진 카카오페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6월 MAU는 357만명이었다. 토스와 비교하면 1070만명 차이다.
토스는 '원앱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송금·결제에서 시작한 서비스를 뱅킹과 증권까지 확대했다. 이와 비교해 카카오페이는 뱅킹을 제공하는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외의 증권·자산관리 서비스를 카카오페이 앱 안에 넣고 있다.
2017년 설립 아래 금융 영역을 확장하면서 마이데이터부터 대출모집업, 보험대리점(GA), 증권, 디지털손해보험 등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종합금융 서비스로 몸집을 키워왔다.
이에 카카오페이의 월간 거래액은 설립 이듬해인 2018년 3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후 4년 만인 지난 5월 10배로 성장했다. 작년 연간 거래액은 100조원에 육박한 99조원을 달성하며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는 3788만명으로,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카카오페이에서 실제 거래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2156만명이 넘는다.
카카오페이의 이런 사세 확장에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며 지난해 12월 주가가 24만8500원까지 올라갔지만, 현재 고가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위권에서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순위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 종목이 카카오페이였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시가총액에서 올해 초 15위에서 43위로 28계단이나 떨어졌고, 개미투자자들 사이에 "빠져도 너무 빠졌다"는 안타까움마저 나오고 있다.
26일 기준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8조5084억원으로, 토스가 투자자에 평가받은 기업가치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카카오페이는 자신을 우리나라 최대 생활 금융 플랫폼이라고 한다. 결제, 송금, 멤버십, 영수증, 청구서, 내 문서함 등 생활 금융 서비스부터 대출중개, 투자, 보험, 자산관리 등 전문 금융 서비스까지 다 한다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마카오, 싱가포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으며, 금융사의 신용대출 상품뿐 아니라, 전·월세 대출 상품, 카드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제공하는 MTS로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을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 친구에게 실시간 수준으로 미국 주식을 1000원부터 선물할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보험 서비스도 시작한다.
하지만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했다. 40.6%가량 하향 조정한 셈이다. 교보증권도 종전 16만원에서 11만원으로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조정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위축, 대출 시장 위축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카카오페이의) 거래액 추정치를 기존 124조원에서 120조원으로 3.5% 하향한다”며 “전체 매출액 추정치도 기존 대비 9.7% 낮춘다”고 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적자 지속으로 컨센서스(추정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반기 중 대출 등 기존 서비스의 성장률 회복과 보험 등 신규 서비스의 매출 기여에 따른 금융 서비스 회복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