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그리고 뜨거움. 배우 변요한이 밝힌 영화 ‘한산: 용의 출현’(‘한산’·27일 개봉) 촬영 소감 키워드다. 그는 “자긍심으로 꽉 채우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났더니 더 크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렸다. 2014년 개봉해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량’의 후속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변요한은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 역을 맡았다. 그는 승리를 위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 탁월한 지략을 갖춘 와키자카를 뜨겁고 또 차갑게 표현하며 그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너무 멋있게 나왔다. 배우, 스태프들이 고민했던 지점이 맞아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그 이상을 감독님이 하지 않았나 싶다. 되게 감사했다. 독도함에 가서 (영화를) 보니 그때 생각이 더 뚜렷하게 나고 필요 없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게 만든 것 같아 감독님께 감사하다. 우리의 방향과 속도, 깊이를 찾아주려 했던 선배들께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전작 ‘명량’이 흥행에 성공했는데 기대가 있었나. “‘명량’은 내가 한 작품이 아니다. 그 작품이 있었기에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생겨 감독님이 ‘한산’을 더 멋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흥행에 대한 욕심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많은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것이 전부다.”
-김한민 감독이 캐스팅한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나에게 와키자카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제가요?’라고 했다. 의외의 캐스팅이지 않나. 시간이 지나고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감독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되고 나서 그 인물을, 선배들을 보고 나니 정말 그렇게 보이더라. 감독님이 나를 선택했고, 내가 분석하고 표현했을 때 뜨거워지는 모습과 의지, 집중력을 본 게 아닐까 싶다. 나름 책임지려고 많이 노력한다.” -조진웅에 이어 와키자카 역을 맡았는데 부담이 없었나. “늘 연기를 시작할 때 부담과 책임감이 동시에 생긴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평가한다. 무뎌지지 않게, 그냥 연기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노력한다. 한산도 대첩이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명량’에서는 이후의 이순신 장군을 보여주지 않냐. 그 이상, 이하로 어떤 피드백을 듣고 싶지 않았다. 들으면 나라는 아이덴티티와 내가 만들어내는 와키자카가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모르는 게 답이다. 와키자카 역의 감정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역할의 연기 포인트는 일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현장에 일본어 선생님이 있었다. 대본의 와키자카를 빌런이 아닌 왜군 장수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선생님과 세밀하게 작전을 짰다. 선생님들과 일본 대하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감정이 제일 중요했다. 그 나라 사람이 봐도 들릴 수 있도록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지켜버리면 와키자카가 조금 가벼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적인 준비도 했나. “분장팀과 여러 회의를 했다. 시작할 때 이미지적으로 선택하는데 전형적이지 않고 사무라이 정신이 있는 와키자카의 외형을 만들 때 지금이 최선이었던 것 같다. 호랑이 같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어 분장팀에 호랑이 사진을 캡처해 보냈다. 주름도 그렇고 투구가 벗겨진 후 수염의 모양도 그렇고. 그에 맞는 근육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때 코로나19의 기세가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확진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열정이 코로나19를 이겨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시간이 지나가서 다행이다.”
-25kg이 넘는 갑옷을 입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처음에는 호리호리한 와키자카를 보여주고 싶었다. 의상이 배 타고 두 달이 지나왔는데 안 맞았다. 수선도 안 되는데 너무 안 어울렸다. 어울리려면 증량을 해야 했다. 얼마 안 가서 잘 증량했다. 태양인이라 마음만 먹으면 수월했다. 그러니까 더 힘이 나고 어느 순간 (갑옷도) 맞기 시작했다.”
-실제 크기의 거북선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무너질 뻔했다. 왜장을 연기하는 중이었지만 눈빛이 많이 변했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내가 ‘한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이순신 장군이기 때문이었다. 거북선, 학익진 등을 실사화해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숙연해지면서도 가슴이 웅장해졌다.”
-‘한산’을 촬영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자긍심이다. 촬영하면서 굉장히 뜨거워졌고 메시지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고 이걸로 꽉 채우고 있었지만, 영화를 본 후 더 크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극장가 개봉작 라인업이 강력한데 라이벌 작품에 대한 부담은 없나. “대작이 한 번에 같이 개봉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하더라. 나는 ‘한산’만 생각한다. 라이벌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 어쨌든 우리의 작품이고 결과물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이 영화도 보고, 저 영화도 보고 선택을 하면 좋겠다. 다 좋은 작품이니까.”
-많은 배우가 OTT 작품을 하는데 욕심나지 않나. “OTT가 많아지면서 K콘텐츠를 급부상시키고 세계에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 나도 너무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지 않나. 어떤 소신 발언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이 된다면 하는 거고, 아니면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을 하면 된다. 연이 돼야 좋은 작품을 만든다.”
-‘한산’ 개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 세계적인 학자들이 이미 (한산대첩을) 알지만, 이런 엔터테인먼트 상업영화를 통해 또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더 좋은 건 이제 말하기 시작하고 알기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어린이가 먼저 꼭 알았으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