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은 롯데가 2019년 최하위를 기록하고 얻은 자산이다. 강릉고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지난해 입단한 김진욱은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고, 첫 경기인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고, 복귀 후 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11경기에서 5이닝 이상 투구는 단 4회에 불과했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번뿐이었다. 특히 지난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3분의 1이닝 2피안타 3볼넷 5실점을 기록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그의 성적은 2승 5패 평균자책점 6.31에 불과했다. 2군에서 조정해본 후에도 불안한 모습을 바꾸지 못한 그는 결국 27일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27일 인터뷰에서 “김진욱이 불펜에서 투구할 때는 좋다. 롯데 입단 후 성장한 부분도 있다. 그런 모습이 실전에서도 꾸준히 나오도록 하는 게 김진욱의 과제"라고 짚었다. 그가 꾸준하지 못한 원인을 묻자 서튼 감독은 “그걸 알면 (선수들의 문제를 모두 해결했을 테니) 난 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라며 “멘털이 원인이라고 본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고교 졸업 후 바로 성공하는 사례가 있지만, 프로 입단 후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커리어가 끝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난 그것이 전부 멘털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외야수다. 통산 타율 0.284 2781안타 630홈런을 기록했고, 2016년 99.3%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MLB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세였던 1989년 16홈런-16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을 정도로 빅리그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 긴 숙성을 거쳐 MLB 데뷔한다. 추신수(SSG 랜더스)가 빅리그에서 자리 잡은 건 25세(2008년) 때였다.
서튼 감독은 김진욱이 멘털을 다지고 제구를 잡아내길 바랐다. 서튼 감독은 “완벽하게 원하는 곳에 제구할 수는 없어도 그 근처에는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김진욱도 노력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이런 과정을 거친다. 누군가는 한두 달, 1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김진욱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고, 항상 이기고 싶어하는 투수다. 완벽한 투구를 하려고 하다 보니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하다"고 했다.
부진하다고 지난해처럼 김진욱을 불펜으로 돌리진 않을 전망이다. 서튼 감독은 "김진욱은 2군에서도 선발진에 합류한다.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