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수 금융감독원(금감원) 부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상 해외 송금과 관련해 이미 1년여 전부터 5대 은행에 경고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작년 초 국내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가 횡행하자 같은 해 4월에 5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해당 은행은 최근 '김치 프리미엄' 차익 거래로 추정되는 4조1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 거래가 신고된 신한은행(2조5000억원)과 우리은행(1조6000억원)을 포함해 NH농협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었다.
이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 거래를 파악한 데에 따른 것이었다. 금감원은 작년 3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관련된 거래를 들여다본 바 있다.
당시 하나은행 건은 거래 상대가 해외 법인이 아닌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명백한 가상자산 차익 거래였다.
그해 5월에는 하나은행에 검사를 나가 다른 은행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신호를 줬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당시 적발된 건으로 하나은행의 관련 영업점은 과징금 5000만원에 4개월의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4월에 5대 시중은행에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 해외 송금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의 이런 경고에도 또다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이상 해외 송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일 모든 은행을 상대로 우리은행 및 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하고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점검 대상 거래는 2021년 이후 신설업체 가운데 외환 송금액이 5000만달러 이상이고 자본금의 100배 이상인 거래 등으로 이에 해당하는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현재 금감원이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44개 업체에서 총 7조원이다.
이번 점검 대상에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과 인터넷뱅크 등 은행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대상과 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우려마저 나오면서 은행들은 각자 외환거래 점검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화 송금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팀을 본점에 꾸렸고, KB국민은행은 해외 송금을 처리할 때 추가 정보를 요청해 거래 진정성이나 자금 원천을 미리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관련 사항도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도록 하는 등 주의 환기 조치를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