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4·SSG 랜더스)과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의 후계자를 발굴하는 건 한국 프로야구의 숙제 중 하나다. 두 선수 모두 수년째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로 군림했다.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두 선수. 그러나 이제 그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어떤 선수가 '광현종'의 배턴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구창모(25·NC 다이노스)가 인상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구창모의 올 시즌 성적은 7월 31일 기준 5승 2패 평균자책점 1.40이다. 최소 50이닝을 소화한 리그 51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 이닝당 출루허용(WHIP·1.02)과 피안타율(0.199)도 모두 수준급이다. 재활 치료 탓에 5월 말 1군 엔트리에 지각 등록돼 누적 기록이 뛰어나진 않지만,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건강만 보장한다면 '광현종'에 가장 근접한 선수 중 하나가 구창모"라고 평가했다.
'포스트 광현종'으로 불리기 시작한 구창모는 "난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다. 더 노력해야 한다. 더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연히 김광현·양현종 선배님과 함께 불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프로 네 번째 시즌이던 2019년 데뷔 첫 10승을 달성했다. 2020년에도 9승 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홈 잡을 곳 없는 성적(승률 100%)을 거뒀다.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까지 이끌며 단숨에 '광현종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왼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 부분) 피로골절 문제로 2021시즌 결장했다. 지난 3월에는 오른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창모를 평가할 때 '부상이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 이유다. 그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계속 신경을 써주고 관리해주고 있다. 부상 재발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은 없다"며 "좋았을 때의 느낌이다. 현재 몸 상태는 거의 정상에 가까워졌다. 구속도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올 시즌 구창모의 성적 비결 중 하나는 위기 상황에서의 집중력이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0.026(38타수 1안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부분에선 김광현(0.171)과 양현종(0.276)을 월등히 앞선다. 주자 1·2루에선 13타수 무피안타. 구창모는 "아프지 않게 팀에서 관리해주는 게 첫째 비결"이라며 "경기에선 (포수) 양의지 선배님의 리드대로 던지니까 좋은 성적이 따라오는 것 같다. 득점권 상황에서는 (나도 그렇고) 의지 선배님도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WBC는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제 대회여서 현역 빅리거들이 총출동한다. '광현종의 후계자'라는 걸 국제무대에서 공인받을 기회다. 구창모는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 출전이 기대됐지만, 부상 탓에 최종 엔트리에 뽑히지 못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꼭 출전하고 싶다. 하지만 WBC는 내년이고, 올해를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는 게 팀이나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건강하게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아직 (소속팀의) 5강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둘째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