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마이너스 성장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모바일 사업까지 철수하며 올인한 '미래 먹거리'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이 기나긴 적자 터널을 지나 드디어 빛을 봐서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감소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8000억원 초중반대를 하회했다.
전 세계적인 TV 수요 위축이 악재로 작용했다.
패널가 하락 등 재료비 개선 요인이 있었지만, 매출 감소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1분기 4.6%에서 -0.5%로 역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 관심은 VS(전장)사업본부에 쏠렸다. 가전·TV에 이어 회사의 앞날을 책임질 중장기 핵심 사업이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모바일 사업을 지난해 과감히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은 6년여 만에 결실을 봤다.
올해 2분기 VS사업본부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올라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500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4분기 이후 26분기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공급망 관리와 수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인포테인먼트·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차량용 램프가 3대 축이다.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소프트웨어와 사이버 보안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늘려 10% 중후반대의 성장을 노린다. 전기차 부품 사업은 50%대 성장을 추진한다. 차량용 램프도 10% 중반대의 성장을 예상한다.
이 기세를 몰아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간다.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면적 2만5000㎡ 규모의 생산공장을 멕시코에 짓고 있다.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구동모터와 인버터 등 핵심부품을 만든다.
LG전자가 2018년 1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는 1억200만 달러(약 1340억원)를 쏟아 멕시코 실라오 공장을 확장한다. 면적을 1만5700㎡ 넓혀 축구장 7배 수준인 4만8700㎡ 규모로 키운다.
이 공장은 BMW·벤츠·폭스바겐·닛산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2025년까지 연간 약 350만개의 헤드라이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주용 LG전자 VS경영관리담당은 "완성차 OEM과 티어1 업체에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인 USMCA 조건 충족을 희망한다. 이를 위해 향후 수주 경쟁력 강화 및 더 많은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 공장 설립 추진했다"고 말했다.
VS사업본부는 올 상반기에만 총 8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재 60조원 중반대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는 데 통상 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광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체질 개선으로 전장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장 부품의 스펙 고도화로 신규 수주 물량의 경우 기존 제품 대비 판가 및 수익성이 높아 이익기여도가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