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단은 '허삼영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한다'고 1일 발표했다. 허삼영 감독을 보좌하던 최태원 1군 수석코치가 2군 감독으로 내려가고, 박진만 2군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아 잔여 시즌을 지휘한다. 삼성은 이날까지 38승 2무 54패(승률 0.413)로 리그 9위로 처졌다. 포스트시즌(PS) 진출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47승 1무 44패)와 승차가 9.5경기까지 벌어져 있다.
삼성은 올 시즌 전반기를 구단 역대 기록인 11연패로 마무리했다. 후반기 첫 2경기마저 패해 연패 기록이 '13'까지 늘었다. 지난달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승리, 간신히 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6경기에서 2승(2무 2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10위 한화 이글스, 7위 롯데 자이언츠와 홈 6연전이어서 반등을 기대했지만, 졸전을 거듭했다. 11-10으로 승리한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선 9-3으로 앞서던 경기가 9-10으로 뒤집히기도 했다.
허삼영 감독은 2019년 9월 삼성의 제12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바 있다. 계약 기간 3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1991년 삼성 고졸연고구단 자유계약선수(투수)로 입단했던 허 감독은 짧은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1996년 훈련지원요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감독 선임 이전에는 삼성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임했다. 당시 하마평에 오른 감독 후보군과 비교하면 이름값이 떨어졌지만, 구단이 추구하는 데이터 야구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허삼영 감독은 첫 시즌이던 2020년 8위(64승 5무 75패)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정규시즌 2위(76승 9무 59패)로 삼성을 6년 만에 PS 무대로 올려놨다. 데이비드 뷰캐넌(16승) 원태인(14승) 백정현(14승)이 이끄는 선발진의 힘이 강력했다.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 베어스에 덜미를 잡혔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었다. 내부적으로도 "예상보다 좋은 순위로 마쳤다"라는 자평이 나올 정도였다.
2020시즌 성적에 고무된 삼성은 지난겨울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내부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포수 강민호와 투수 백정현을 각각 최대 36억원과 38억원에 잡았다. 두 선수 모두 예상을 깨고 계약 기간 4년을 보장받았고, 총액도 상승했다. 무엇보다 FA를 1년 앞두고 있던 외야수 구자욱과 5년 최대 120억원(연봉 총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에 미리 계약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 뷰캐넌과 타자 호세 피렐라와 재계약했고 새 외국인 투수로 알버트 수아레즈를 영입했다. 2022시즌에 '올인'한 것이다. 선수단 짜임새가 외국인 투수 교체로 애를 먹었던 2021시즌보다 더 나았다.
기대가 컸던 올 시즌 성적이 고꾸라졌다.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 내부 회식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개막전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었다. 이후에는 구자욱(햄스트링) 강한울(손가락) 양창섭(어깨) 김상수(장요근) 김지찬(허벅지)을 비롯한 1군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허삼영 감독의 경직된 선수 기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즌 81경기 타율이 0.231에 불과한 강민호는 단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주전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오른발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공을 던지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15경기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11패만 기록한 백정현도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부진에 빠진 선수를 과감하게 엔트리 제외하지 못하면서 라인업의 유연성이 떨어졌고, 이는 성적 추락으로 연결됐다. 기대가 컸던 데이터 야구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후반기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허삼영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를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가 감독으로 거둔 성적은 통산 178승 16무 188패(승률 0.48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