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한여름에 겨울 제품을 판매하는 '역시즌 마케팅'에 한창이다. 최근 물가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합리적인 쇼핑을 지향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회사원 최현영(42) 씨는 최근 명품 겨울 패딩 구매를 위해 쇼핑몰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유통가가 역시즌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140만원 이상 하는 고가 패딩을 90만원대에 선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그는 "한겨울에 사려면 더 비싸게 줘야 한다. 무엇보다 사이즈도 없다. 올여름에는 몰마다 역시즌 행사를 열고 있어서 하나 장만할 생각"이라고 별렀다.
실제로 상당수의 백화점과 온라인몰이 역시즌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온은 8월 한 달 동안 의류, 신발, 가방 등 겨울 패션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돌아온 역시즌’ 행사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미 지난 6월부터 패딩·코트 등 역시즌을 테마로 진행했던 행사를 양털부츠 등 신발·가방 등 잡화까지 확대했다. 반응이 뜨겁다. 황형서 롯데온 백화점마케팅팀장은 “지난 6월 롯데홈쇼핑에서 진행했던 ‘역시즌 모피 판매’ 방송에서는 한 시간 만에 1000벌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으며, 평년보다 2주 이상 앞당겨 6월 초부터 시작한 롯데온 역시즌 행사에서도 니트·스웨터는 전년 대비 100% 이상, 패딩·점퍼는 5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프리미엄 패딩 역시즌 판매를 오는 9월까지 이어간다. 특히 이달부터는 고가 인기 패딩 브랜드인 '듀베티카', 다음 달에는 '캐나다구스' 등을 전 점포에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7월부터 시작한 신세계백화점 프리미엄 패딩 팝업 스토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가 넘는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오는 14일까지 역시즌 할인 행사인 ‘얼리버드 세일’ 기획전을 열고, 200여 개 브랜드와 1만2500여 종의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한다. W컨셉은 고물가 시대에 역시즌 수요가 높아진 점을 고려해 올해는 할인 행사 기간과 상품 수를 늘렸다.
업계는 이런 역시즌 마케팅의 인기를 치솟는 물가와 환율로 불안정한 경제위기에서 찾는다. 유통업계가 한여름에 겨울옷을 판매하는 역시즌 세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왔는데, 특히 올해는 역시즌 마케팅이 전년보다 한 달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역시즌 마케팅이 '재고 떨이' 수준으로 여겨졌으나 요즘 젊은 소비자는 역시즌 세일이 합리적인 소비 방식이라고 여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 7~8월은 여름휴가로 의류 판매량이 줄어드는 ‘패션 비수기’인데, 역시즌 마케팅은 패션·유통업체의 비수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