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전 종료 뒤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29)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LG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장단 18안타를 몰아쳐 12-2 크게 이겼다. 같은 시각 키움 히어로즈가 선두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5-6 역전패를 당했다. LG는 키움에 내준 2위 자리를 71일 만에 탈환했다.
선발 투수 김윤식(6이닝 2실점, 시즌 4승)의 호투, 5경기 만에 출전한 이재원의 홈런(시즌 12호) 등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가르시아의 활약이다.
6번 타자·2루수로 나선 가르시아는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2-2로 맞선 4회 초 1사 3루에서 롯데 박세웅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어 9-2로 앞선 8회 초에는 2사 1·3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중간 2타점 3루타를 터뜨렸다. 기다리던 장타가 KBO리그 데뷔 37타석만에 처음 나왔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도달한 가르시아는 어느 때보다 큰 액션으로 환호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날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가르시아는 6월 초 리오 루이즈의 대체 선수로 영입됐다. 하지만 비자 발급 지연과 옆구리 부상으로 후반기부터 합류했다. 7월 26일 SSG와 가진 데뷔전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점차 우려가 나왔다. 3일까지 타율 0.241에 그쳤고, 속 시원한 장타가 단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루이즈의 타격 부진에 속앓이한 LG는 가르시아를 연봉 18만 달러(2억 3500만원)에 영입하며 "장타력과 안정된 내야 수비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지난 3일 경기에선 아쉬운 실책까지 기록했다. LG가 2-0으로 앞선 7회 말 1사 1루에서 대타 고승민의 병살타성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을 놓쳤다. 병살 연결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기록한 실책이었다. LG는 결국 2-1까지 쫓겼다. 선발 투수 임찬규가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교체됐다. 하마터면 가르시아의 실책으로 맞은 위기 상황에서 역전까지 내줄 수 있었지만 김진성이 급한 불을 껐다. 임찬규가 교체될 때 가르시아는 자책하며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이었다. 임찬규가 글러브로 가르시아의 가슴을 툭 치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가르시아는 4일 경기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활약 속에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3개)을 기록했다. 첫 장타와 결승타까지 뽑았다.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확실히 마련했다.
그는 경기 후 "많은 장타를 치고 싶었다"며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어 "경기 중에 항상 실책이 범할 수 있다. 나쁜 기억을 잊고 새로운 자세로 경기에 임하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