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역대급 반기 실적과 최고 수장의 사법 리스크가 줄며 겹경사를 맞았지만 주가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거액의 횡령 이슈에 최근 불거진 이상 외환거래 정황까지 겹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 5일 0.4% 오르며 1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 내내 등락을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보이면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은 답답한 마음이다. 한 주주 게시판에는 "KB금융은 상승 랠리 중인데 우리금융은 왜 이러냐" "역대급 매출과 이익이 나왔는데 주가가 이게 뭐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주 KB금융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지난 3일에는 전일 대비 0.42%, 다음날에는 0.84%가 오르더니 5일에는 4.78%가 쭉 오르면서 최고가 5만4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5일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각각 2.2%, 1.1%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세를 예측하는 분위기였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 대비 비이자이익, 이자이익이 모두 양호했다”며 “배당 이외의 주주 환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나 이익 자체 흐름은 계속 돋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며 당분간 은행보다는 증권 등 비은행 실적 악화 폭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은행 비중이 낮은 우리금융의 실적 둔화 폭이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상반기 순이익이 1조7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분기 순이익은 9222억원으로 주요 금융지주 중 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게다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이어진 금융감독원과의 소송전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덜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횡령과 외환 이상 거래 정황이라는 악재를 연이어 맞으며 주가 상승세가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
지난달 말 금감원은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했고, 우리은행이 사고예방을 위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횡령사고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은 현재 금감원의 이상 외환거래 조사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거액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했다고 신고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나섰고, 액수는 2조원에서 4조원대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우리은행의 이상 외환거래 액수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금융 주가에 대한 상승 기대감 역시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인한 금융회사의 대출 태도 변화,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우리금융의 비은행 비중이 낮은 특성에 따라 타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 투자매력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