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을 수식하는 문장에는 ‘짜릿하고 새롭다’는 게 있다. 그의 잘난 미모를 설명하지만, 이 문장은 데뷔 28년 차의 업력에도 해당될 듯 싶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대체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익숙한 것에서 오는 편함을 유지하려 하기에. 그런데 정우성은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쪽이다.
10일 개봉을 앞둔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에 출연한 정우성은 친구의 손을 빌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조짐이다. ‘헌트’는 군사정권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영화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 사건을 마주하고 대립한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동반 출연이 성사되기까지 정우성은 세 번 거절하고 4번째 출연에 응했다. 이 영화에서 짜릿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정우성은 겸손하게 공(功)을 친구에게 양보했다.
〈인터뷰➀과 이어집니다〉 -클로즈업샷 등 멋있게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 “본인(이정재)이 얘기하지 않았나. 정우성을 제일 멋지게 찍고 싶었다고. 애정필터를 꼈나 보다. 그보다 김정도와 박평호 사이에 어떤 기류가 형성이 잘 됐나보다. 영화에 김정도의 충실한 감정이 담겼더라.”
-감독 이정재가 만든 현장은 어땠나. “작품의 사이즈가 주는 연출자에게 주는 부담이 있다. 기성 감독도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이정재가 지치지 않길 바랐다. 스트레스를 견뎌낸 것 같다.”
-‘헌트’에서 꼭 남기고 싶은 장면이 있나. “이정재가 정우성의 얼굴을 때리고, 정우성이 이정재를 때리는 짤, 꼭 NFT로 남겨달라. 하하하.” -VIP 시사가 화제였다. 방탄소년단 진을 초대했던데. “어느 순간 행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행사를 위한 행사로 느껴졌다. 오랜만의 시사회인데 손님을 맞이하는 걸로 했다. 와준 분들도 재미있어 하더라. 진은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됐다. 서로 회장님으로 부르는데 내가 ‘진회장님 시간되면 와주세요’ 했더니 ‘어허 시간되면 내가 가서 봐야죠, 정회장’이라 답이 왔다. 재미있는 친구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듯 한데. “성향이 그런 것 같다. 연기로 보자면 ‘비트’를 끝내고 청춘의 아이콘 그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식어로 규정지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나를 찾았다. 지나고 나니 그게 나였더라.”
-연기와 연출, 제작, 경영 중 적성에 가장 잘 맞는 것은. “다 재미있다. 그 중 영화 현장에 재미있는데 제작만 하라 그러면 안할거다. 필드에서 플레이 하는게 재미있다. 꾸준히 오래 일을 했으면 좋겠다.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전할 것이다.”
-토론토 영화제에 이정재와 함께 초청을 받았는데. “각자의 영화로 가니까 되게 기쁘다. 영화에 대한 우리의 진지함을 봐준 것 같다.” -청담부부로 불리는 이정재와 오래 우정을 유지하는 비결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다른 부분을 발견했을 때 긍정적으로 자극이 된다. 보통 나랑 똑같은 것을 원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름이 있다. 정재씨는 테레비를 많이 보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얘기는 들었는데 아직 못봤다. 그나마 유튜브는 짧아서 본다. 내가 나온 예능? 더 못본다.”
-TV도 보지 않는데 OTT 구독은 하고 있나. “다 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해지를 생각하다 로그아웃만 한게 있다.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데 비번을 까먹어서 월정액만 내고 있다. 해지해야겠다.”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말 끝을 올리며) 술? 시사회 끝나고 같이 잔을 기울였더니 만만치 않게 마셨다. (숙취음료를 등 뒤로 숨기며) 이제 술이 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