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대행은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로 불렸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데뷔 직후부터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고, 삼성으로 이적한 뒤인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메이저리거 못지않은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다. 그 덕분에 박 대행은 실업야구와 프로야구 초창기 활약했던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부터 시작되는 KBO리그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는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박 대행은 17일 서울 잠실 LG전에서 프로야구 40주년 레전드로 선정된 김재박 전 감독의 시상식을 함께했다. 여기에 1990년대를 대표하는 유격수이자 '계보'의 일원으로 꼽히는 류지현 LG 감독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선배들과 함께한 의미 있는 날, 박진만 대행은 모처럼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전했다. 박 대행은 경기 전 인터뷰 때 “프로야구에 갓 입단한 어린 선수들의 수비 기본기가 잡혀 있지 않다”고 했다.
감독 대행 전까지 퓨처스팀(2군) 감독을 맡았던 그는 "퓨처스팀에서 육성, 스카우트 파트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들이 타격은 열심히 하는데 수비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경우가 많다. 드래프트에서 타격 능력을 먼저 보기 때문이지만, 입단하면 수비 기본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고교 대형 유격수라는 선수들도 대부분 타격 능력으로 주목받는다. (사설 아카데미 등) 학교 밖에서도 야구를 배우는 선수들이 많지만 역시 타격만 익힌다. 내야수는 외야수와 송구 자세가 달라야 하는데 차이가 없다. 포구 자세가 준비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에는 대형 유격수 이재현과 김영웅이 입단했다. 이재현은 주로 1군, 김영웅은 주로 2군에 머물며 시즌을 소화했다. 박 대행은 “이재현은 주로 1군에 있어서 내가 많이 보지 못했지만, 김영웅은 퓨처스팀에서 손주인 수비 코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본기 훈련을 반복했다. 초반에는 몸이 준비되어있지 않았는데, 이제 포구 자세와 스로잉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직접 훈련을 담당했던 손 코치는 "내야수와 외야수는 팔 스윙부터 다른데 어린 선수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다. 캐치볼을 하더라도 마구잡이로 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최근에는 퓨처스팀 경기가 많아져 훈련 시간이 부족해진 이유도 있다”며 “재현이와 영웅이는 타고난 재능은 굉장히 좋지만, 기본적인 것들에서 많이 부족했다. 상황마다 다른 포구나 송구 자세에 대한 숙지가 부족했다. 영웅이와는 기본적인 스텝과 송구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반복했다"고 했다.
박 대행 역시 이 시기를 겪었다. 현대 시절 신인이었던 그를 지도했던 건 다름 아닌 김재박 당시 감독이다. 그는 “감독님은 내가 신인 때부터 시작해 4년 동안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만 시키셨다. 타격 훈련이 더 재밌는데 수비만 해 답답했다”고 돌아봤다. 손 코치는 "이재현과 김영웅은 재능이 확실한 선수들이다. 조언하면 빨리 이해했고 발전 속도도 좋다. 훈련이 이어진다면 더 좋은 수비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