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손흥민(30·토트넘)이 또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첼시가 토트넘과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을 겨냥한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나섰다”고 18일(한국시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 15일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끝난 첼시와 2022~23 EPL 2라운드 원정경기(2-2 무)에서 후반 코너킥을 차러 이동할 때 일부 홈 팬이 그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했다.
첼시와 토트넘은 손흥민을 겨냥한 행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토트넘 팬이 많은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 등에는 코너킥을 차러 이동하는 손흥민을 향해 한 남성이 눈을 옆으로 찢는 제스처를 하는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이 동작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동 중 하나다.
손흥민은 이미 여러 차례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경기에서 반칙을 당했는데, 이 때문에 맨유의 득점이 취소됐다. 이에 감정이 상한 일부 맨유 팬들은 SNS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욕설로 비난한 바 있다. 이 중 12명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였고, 사과 편지를 쓰도록 하는 '공동체 해결 명령'을 내렸다.
2018년 10월엔 웨스트햄과 토트넘의 카라바오(리그)컵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웨스트햄 팬이 기소돼 184파운드(29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울버햄튼(영국)에서 뛰는 황희찬은 지난 1일 포르투갈 알가르브에서 열린 SC 파렌세(포르투갈)와 친선 경기 도중 파렌세의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었다. 이에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모두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흥민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행사에서 “어릴 때 독일에 간 뒤 상상하지 못한 힘든 생활을 했다.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고 고백했다. 시간이 지난 후 지난 시즌 EPL에서 23골을 터뜨리며 ‘월드클래스’에 올랐어도 그를 향한 차별적 행위는 여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물론 일부이지만 ‘아시아인은 차별하고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의식이 (유럽인들에게) 내재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서 교수는 “‘경기장 출입 금지’ 등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만 (인종차별을 해도 된다는) 서포터즈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며 “잠시 분노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첼시 구단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여론 형성을 위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