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은 오른 팔꿈치 재활 치료 후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 중이다. 호성적은 아니지만 최근 2경기 페이스가 좋다.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고, 3점 이하만 내주며 2승을 거뒀다.
박종훈의 투구 스타일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그의 투심 패스트볼(투심) 구사 비율이 81.4%에 달했다. 스피드는 시속 130㎞ 전후를 오갔지만, 커브를 조금 섞었을 뿐 빠른 공의 구위로 키움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올 시즌 그의 투심 평균 구속도 시속 131㎞(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하다.
김원형 SSG 감독은 그를 '구위파 투수'라고 평가했다. 23일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박종훈은 구위가 정말 좋은 투수다. 마운드 위에서 공격적으로 던진다. 과거 정대현과 비슷하다. 오버핸드로 시속 145㎞ 던지는 투수들 못지않다"고 칭찬했다.
선수 시절 '여왕벌'로 불리던 정대현은 통산 106세이브 121홀드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잠수함 투수였던 정대현은 내로라하는 파이어볼러들을 제치고 왕조 시절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박종훈처럼 느리지만, 변화가 심한 공을 던졌다. 김 감독은 “(박종훈은) 언더핸드라는 특성도 물론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에 힘이 좋다. 투심 무브먼트도 뛰어나다. 공이 끝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덕분에 정타를 피하고 방망이에 비껴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훈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 구위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보고 던지려 한다"며 "구속보다 무브먼트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좀 더 떨어지게, 좀 더 휘게 던지려 한다. 언더 투수는 구속으로 타자를 누르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특이함, 생소함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직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스스로 알고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종훈은 지난해 9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2.82로 호투한 바 있다. 부상 때문에 풀시즌을 뛰진 못했지만,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었다. 제구가 개선된 덕분이다. 9이닝당 볼넷이 2.82개(2020년 4.46개)에 불과했고, 덕분에 경기당 평균 6이닝을 던졌다. 헛스윙 유도비율도 22.4%를 기록,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도망가지 않고 묵직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파워 피처’다운 호투였다.
박종훈은 “지난해 너무 야구가 재밌다고 생각할 때 다쳤다. 정말 답답하고 화났다. 올해는 그때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2승을 거둔) 최근 2경기에서는 부상 전 기억을 되새기면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의식하고 던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