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도심 한복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은 높은 지대와 운영비로 철수해야 하는 대표 유통망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온라인 패션 플랫폼 매출이 코로나19와 함께 날개를 달았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브랜드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저마다 출점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싼 땅에 매장 내는 패션 플랫폼
25일 유통가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인 W컨셉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다. W컨셉은 이 매장에서 단독 브랜드와 상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신상품을 온라인보다 먼저 판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은 선발매된 신상품을 매장에서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온라인 기반의 W컨셉이 오프라인 매장을 더 애지중지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아시아 최대 규모 수준인 2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새벽부터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을 사려는 고객으로 늘 북적이고, 입점 심사도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패션 브랜드라면 반드시 진출하고 싶은 '성지'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에 인수·합병된 W컨셉은 신세계그룹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에 몰두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2주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목표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W컨셉이 주력으로 확대 중인 40·50대 고객도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앞서 대구와 경기권에도 매장을 낸 W컨셉은 국내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무신사의 자회사인 여성 패션 플랫폼 29CM도 오프라인 매장 출점에 바쁘다. 이달 초에는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이구갤러리'를 열고 20·30 여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구갤러리는 매달 새로운 브랜드와 콘셉트를 선보이는 숍인숍 형태의 브랜드 전시 공간이다. 그러나 29CM는 단순한 제품 전시보다는 입점 브랜드 스토리·철학 등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9CM는 하반기에도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29CM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호감도를 높여 여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가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인 발란과 머스트잇도 요지에 매장을 열고 있다. 발란은 지난달 여의도 IFC몰에 최첨단 IT기술을 동원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고, 머스트잇도 작년 12월 서울 압구정에 쇼룸 매장을 열었다. 양사 모두 온라인몰의 강점과 다양한 명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결합했다.
돈 벌려고 낸 것 아니다?
MZ세대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만, 구매 이전에 상품을 체험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9월 발표한 ‘유통현안에 대한 20·30세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소매점의 바람직한 사업방향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응답 중 ‘온라인 구매 이전에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탐색형 매장(36.2%)’과 여가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형 매장(31.9%)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적극적인 오프라인 매장 출점 자신감은 갈수록 늘어나는 매출에서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W컨셉의 GMV(총거래액)은 47% 증가한 1110억원에 달했다. 또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지난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9CM 역시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2500억원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82%나 성장했다. 코로나19 덕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오프라인 매장은 수익보다는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통한다"며 "패션 플랫폼들이 다시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