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이 1일 수원 KT전 9회 초 2사 후 3-1을 만드는 2타점 결승타를 치고 김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 트윈스 이형종(33)이 가슴 속에 쌓인 아쉬움을 모처럼 털어냈다. 그래도 환하게 웃진 않았다.
LG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 2사 후 집중력을 보여 3-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이형종이었다. 0-1로 뒤진 9회 초 2사 후 문성주의 동점 적시타가 터지자, 류지현 LG 감독은 2사 2·3루 허도환 타석에서 '대타' 이형종을 투입했다. 이형종은 KT 마무리 김재윤의 2구째 시속 146㎞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신바람 5연승. KT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선두 SSG 랜더스를 5경기 차로 좁히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이형종은 "우리가 2위, KT가 3위 팀이라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호준 코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이형종은 "코치님이 '직구를 보고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초구에 슬라이더 승부를 걸어와 당황했다. 그래도 (앞선 타자와) 계속 높은 공 승부를 하는 걸 봤다. 아마도 직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거 같아서 직구를 노렸는데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굴곡이 참 많은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다. 2007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서 결승타를 맞고 좌절, '눈물의 왕자'로 통한다. 2008년 LG 1차지명 투수로 큰 기대를 받고 입단했지만 팔꿈치 수술과 부진으로 2010년 은퇴했다. 이후 골프에 도전한 그는 2013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2014년 타자로 전향해 2016년부터 1군 타석에 들어섰다. 2018년 시즌 중반 4할 타율을 넘보며 타격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타자 전향 후 성공 가도를 달려 '야잘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LG의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하며 최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비시즌 박해민이 4년 총 6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데다 개막 후엔 신예 문성주와 이재원이 크게 성장했다.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이형종은 부상까지 겹쳐 고전했다. 전반기 성적은 7경기 출장에 9타수 3안타가 전부였다. 1군보다 2군에 머무른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연합뉴스 6월 초 2군에 내려간 뒤 이형종은 8월 말 복귀 후 간간이 출장하고 있다. 후반기 4경기에서 11타수 3안타 3타점. 결승타를 때린 순간에도, 경기 종료 후에도 환하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좁아진 입지 탓인지, 결승타 주인공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형종은 "선발 출장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라도 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우리가 계속 이기면 1위도 가능하다. 내게 많진 않더라도 작은 기회를 잘 살려 이겨내고 노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