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매수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3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매매수급지수는 3년 2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내려갔지만 "아직 멀었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8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3% 하락했다. 2019년 1월 28일(-0.14%) 조사 이후 주간 변동률로는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강남도 힘을 쓰지 못했다.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각각 -0.06%, -0.12%를 기록하면서 낙폭이 커졌고, 서초구는 -0.02%를 기록했다. 강북지역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원구도 -0.25%, 도봉구 -0.27%, 강북구 -0.20%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1.8로 17주 연속 하락했다고 2일 밝혔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2019년 7월 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조사에서 99.6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이 무너진 이후 42주 연속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가 74.9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고,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의 서북권이 75.7로 그다음이었다. 용산·종로구 등이 있는 도심권은 지난주보다 1.2포인트(p) 하락한 77.2,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0.7p 떨어진 88.7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39건으로 2006년 실거래 조사 시작 이래 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에도 신고 건수가 239건에 그쳤다. 갈아타기 수요 등 불가피하게 집을 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입을 보류하고 관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와 인천의 매매수급지수도 지난주보다 낮아진 84.8, 83.3을 각각 나타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매매수급지수도 전주 84.3에서 지난주 83.7로 떨어지며 2019년 7월 1일(83.7)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잇단 금리 인상과 경제 불안 여파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경색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내려가고 있는데도 매수 의지는 없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