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oT(사물인터넷) 앱으로 LG전자 가전의 전원을 켜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oT가 단순 리모컨의 기능을 넘어 미래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전업계가 앞다퉈 개방형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주도해 발족한 HCA(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에는 LG전자·제너럴일렉트릭(GE)·일렉트로룩스·하이어 등 13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상호 연결 가능한 제품을 확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HCA의 미션이다.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을 비롯해 보쉬, 파나소닉도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호 HCA 대표는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처음으로 성과를 시연했다.
삼성전자 IoT 앱 '스마트싱스'로 GE 오븐의 온도와 시간을 설정한 뒤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와이파이만 탑재했다면 TV·세탁기·냉장고 등 13개 기업 15가지 제품군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전구나 전동 커튼, 센서 등 우리가 만들지 않는 다양한 소물도 연결한다"며 "폐쇄적인 플랫폼으로 가는 것보다 다른 업체와 협력해서 연결성을 강화하는 게 스마트홈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연동으로 인해 고객이 타사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싱스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 스마트홈 개발사 스마트싱스를 인수했으며, 같은 이름의 IoT 앱을 론칭해 지금의 모습까지 키웠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IFA 2022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IoT 플랫폼이 아닌 '통합된 연결 경험'으로 개념이 확장했다"며 "타사 기기와 서비스까지 연동해 보다 풍부한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싱스 호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 말까지 거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에 와이파이를 적용한다. TV·가전 주요 제품에 스마트싱스 허브 기능을 추가해 타사 기기와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2억3000만명 수준인 글로벌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5년 안에 5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도 자사 IoT 솔루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애플 홈킷에 이어 국내 IoT 브랜드 헤이홈의 기기를 'LG 씽큐' 앱에 품었다. 헤이홈의 전동 커튼·스마트 전구·스마트 플러그·온습도 센서 등 8가지 제품을 연동했다.
예를 들어 헤이홈 온습도 센서와 LG전자의 에어컨을 연결하면 설정값에 맞춰 알아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미리 지정한 습도에 따라 제습기를 작동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HCA에 합류한 데 이어 글로벌 표준 연합 CSA(커넥티비티 스탠더드 얼라이언스)의 의장사로 선정되며 스마트홈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스마트싱스에 맞선 LG 씽큐의 차별점으로는 별도 부품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가전에 기능을 추가하는 'UP 가전'을 꼽았다.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 류재철 부사장은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기기 간 연결은 기본이고 그 위에 차별화한 기능들이 필요하다"며 "UP 가전으로 제품의 성능을 고객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점이 LG 씽큐 플랫폼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IFA 2022에서 최초로 공개한 냉장고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의 경우 새로운 도어 색상과 음원 등을 UP 가전 기능으로 추가할 수 있다. 패널을 교체할 필요 없이 주방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