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 감독(KDB산업은행)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2022 데이비스컵 테니스 파이널스 조별리그(2단 1복식) B조 1차전 캐나다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는 세계 16개국만 참가하는 테니스 국가대항전이다.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상위 2개국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파이널스 예선 홈 경기에서 오스트리아에 3-1로 승리, 이형택이 주축으로 뛰었던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1981년과 87년, 2007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다.
한국은 16개 팀 중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했다. 이날 2단식에 출전한 에이스 권순우(74위·당진시청)가 세계 랭킹 13위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을 2-0(7-6〈7-5〉, 6-3)으로 꺾었다. 하지만 1단식과 복식에서 무릎을 꿇었다.
1단식과 복식 모두 너무나 아쉬웠다. 1단식에 나선 홍성찬(467위·세종시청)이 배식 포스피실(141위)에게 1-2(6-4 1-6 6-7〈5-7〉)로 졌다. 홍성찬은 포스피실을 상대로 3세트 게임스코어 3-0, 타이브레이크 5-4까지 리드를 잡았지만 끝내 포효하지 못했다. 박승규 감독도 "홍성찬의 단식 패배가 너무 아쉬웠다.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복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민규(복식 223위·KDB산업은행)-남지성(복식 234위·세종시청) 조는 오제알리아심(복식 194위)-포스피실 조에 1-2(5-7, 7-5, 3-6)로 졌다. 3세트 게임 스코어 3-1까지 앞서다가 내리 5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박 감독은 "복식에서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순우가 '벽'을 허문 것은 큰 성과였다. 권순우가 2단식에서 꺾은 오제알리아심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최근 막을 내린 US오픈 64강에서 잭 드라퍼(영국)에게 패해 랭킹이 5계단 하락했을 뿐, 오제알리아심은 최근까지 톱10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한국 남자 테니스 에이스인 권순우는 국제대회에서 톱랭커를 만나 번번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계 랭킹 10위권 선수를 상대로 첫 승리를 따냈다. 이전까지 권순우가 꺾은 최고 랭킹 선수는 2019년 뤼카 푸유(프랑스), 2020년 두산 라요비치(세르비아)로 당시 두 선수의 세계 랭킹은 모두 24위였다.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권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1세트 초반 0-3으로 끌려갔는데 이후 상대에게 적응하면서 공격적으로 풀어간 것이 주효했다. 오늘 국가대항전이어서 간절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랭킹이 파이널스 국가 가운데 가장 낮지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첫 경기에 어려운 상대와 겨뤘지만, 자신감을 더 얻었다. 이 승리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15일 밤 11시 세르비아와 맞붙는다. 세르비아 대표팀에는 노박 조코비치(7위)가 빠졌으나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33위), 필리프 크라이노비치(41위) 등 상위 랭커가 포진했다. 18일에는 US오픈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나서는 스페인과 마지막 3차전을 벌인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캐나다전을 통해 상대국들이 우리를 얕잡아보지 못할 것"이라며 "남은 두 경기에선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