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축구 인생이 활짝 폈다. 생애 첫 호주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해리슨 델브리지(30·인천 유나이티드)가 ‘꿈’을 이룬 요인으로 팀의 상승세와 K리그의 경쟁력을 꼽았다.
호주축구협회는 지난 14일(한국시간)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이 뽑은 31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호주는 9월 A매치 기간에 뉴질랜드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K리그1 인천에서 활약 중인 센터백 델브리지가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2021년 1월 '파검(파랑+검정)의 유니폼'을 입은 델브리지는 곧장 주전 멤버로 도약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34경기에 출전했고, 올 시즌에는 28경기에 나서 인천의 비상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더불어 델브리지는 호주를 대표할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월드컵 직전 부름을 받아 더욱 의미가 크다.
사커루(호주 대표팀 별칭)의 일원이 된 델브리지는 일간스포츠를 통해 “내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평생 노력해 이루려 했던 목표였고, 그 꿈을 이룬 것은 나와 내 가족 모두에게 큰 영광”이라며 “가족 모두에게 소식을 전했을 때 난리가 났다. 가족들은 대표팀 발탁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며 내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나를 지원해주며 많은 희생을 해준 사람들이다. 팀 동료들도 정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줬고, 인천 팬들도 정말 많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며 기쁨을 표했다.
앞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호주 A리그 등에서 활약한 델브리지는 대표팀과 연이 없었다. 인천에서의 활약이 주효했다. 델브리지는 “몇 년 동안 대표팀에 관련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결정적으로 인천에서의 활약이 이번 발탁에 있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팀의 상승세와 K리그의 경쟁력이 이번 대표팀 발탁의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은 9월 총 31명의 선수를 점검한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는 26명이다. 델브리지는 대표팀에 합류해 제 기량을 펼치고, 경쟁에서 이겨야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는 “기간이 짧아서 부담되지만, 대표팀에서 내 능력을 선보일 기회를 받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쟁자로는 A매치 59경기를 소화한 트렌트 세인즈버리(30·알 와크라), 36경기에 나선 밀로스 데게네크(28·콜럼버스) 등이 있다. 델브리지는 “대표팀에는 퀄리티 좋은 선수가 많다, 그들은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많은 것을 얻을 생각에 기대가 된다. 현재의 대표팀은 월드컵에 나가기 전 마지막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나는 그 과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D조에 속한 호주는 프랑스, 덴마크, 튀니지와 겨룬다. 델브리지는 대표팀에서 '신입'이지만, 월드컵을 꿈꾼다. 그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있는 대표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호주 대표팀이 D조에서 저평가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매 경기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월드컵에 가서도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드컵에 나선다면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스타들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델브리지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한다면 정말 꿈 같을 것 같다. 그들은 세계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굉장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2년간 활약한 델브리지는 벤투호의 월드컵 선전을 예상했다. 그는 “K리그와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들은 H조에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대표팀에 정말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손흥민은 그냥 다른 차원의 선수다. 그는 전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끝으로 인천에서의 잔여 시즌 목표도 밝혔다. 역시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다. 델브리지는 “인천은 올해 정말 크게 발전했고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파이널A행을 확정하면서 시즌 첫 번째 목표를 이뤘고, 이제는 ACL 진출이라는 두 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팀들도 좋은 팀들이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시즌 동료들과 함께 축구를 즐겼고,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